오늘은 눈썹도 천근이다
- 치매행致梅行 · 231
洪 海 里
나이 든 사내
혼자 먹는 밥.
집 나간 입맛 따라
밥맛 달아나고,
술맛이 떨어지니
살맛도 없어,
쓰디쓴 저녁답
오늘은 눈썹도 천근이다.
- 시집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 도서출판 움, 2018.
“혼자 먹는 밥”은 외롭다. 모양도 그렇거니와 맛도 그렇다. 이렇게 보편적으로 써놓은 문장에 나는 맛을 잃어버린 사람의 표정을 얹어본다. 조심스럽게. 대개 겉모양으로 속을 판단할 수는 있지만, 밥 먹는 것은 또 다른 의미를 품는다. 더구나 스스로 밥상을 차린 “나이 든 사내”라니.
혼자 먹다가 겸상을 이룬 사람과 겸상을 맛보다가 혼자 먹게 된 사람의 표현법은 다르다. 단지 어법의 차이가 아니고 사는 맛의 가름이다. “쓰디쓴 저녁답”을 맞는 시인의 밥상에 내 뜰에 심은 푸성귀라도 들이고 싶으나, 마음뿐이다. 대신 밥도 시도 함께 먹어야 맛있다는 말을 쓴다.
- 금강하구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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