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마음을 여는 시들 / 이승룡(문학평론가)

洪 海 里 2018. 12. 7. 06:45

마음을 여는 시들

       이 승 룡(문학평론가)


길고_멀다
- 치매행•238

홍_해_리


정은 깊어야 포근하고
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리운 것은 멀리서 반짝이고
별은 멀어서 그립다.

그래서 
사랑이다.

하여,
그리 깊고도 먼 것인가,아내여!


마지막 편지
- 치매행•264

홍_해_리


마음 다 주었기로
할 말 없을까.

천금보다 무거운
물든 나 뭇 잎 한 장 떨 어 진 다.

꿈이나 눈 부실까
내 주변만 맴돌다,

아내는 지쳤는지
다 내려놓고 나서,

마지막 가슴으로 찍는 말
무언의 '할말없음!'



돌아보다
- 치매행•284

홍_해_리


돌아보면 먼 길이었다
아주 길고 긴 세월이었다

할래발딱대던 하루 하루가 가고
허둥지둥거리던 시간도 지나가고

지옥의 한철을 멀리 돌아
지금은 침묵의 강이 흐르고 있다

가고 있는 길이 어디로 가는지
가는 곳이 어딘지도 모른 채

적막의 터널을 지나면
칠흑의 사막에도 해가 뜰 것인가.


☞ 더 보기

얼마전에 홍해리 시인이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는 치매행 3집을 내 놓았다.
그는 가까이 있는 임보 시인의 말처럼 "아내의 아품을 지켜 보면서 어찌할 수 없는 안타까운
심경을.. 살과 뼈를 깎아 엮어낸 사랑의 시편들이다"고 말하고 싶다.
그의 삶은 어쩌면 고행하는 수도승 같은 생활이기에 어느 시를 봐도 현실을 극복해 가는
깊은 내면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래선지 가슴을 울려 주는 잠언 같기도 하고 경전 같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표현하는 시
어들이 정제되어 군더더기가 없다. 
시를 읽고 나면 오래도록 긴 여운이 갈 것으로 생각된다.
마음을 울리는 시를 읽고 싶은 분들께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를 권하고 싶다.

------글 : 이 승 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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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북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