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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洪 海 里 2018. 12. 18. 07:17

동백꽃

- 꽃말 : 누구보다도 당신만 사랑합니다!

     보통 꽃들을 볼 수 없을 때 피는 꽃이 국화와 동백일 것이다. 외로운 때 피지만 그만큼 사랑과 애틋한 의미 또한 깊다. 동백(冬柏)꽃이 피는 시기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핀다. 동백꽃의 꽃말은 ‘기다림’이고 ‘누구보다도 당신만 사랑합니다’를 표현하는 고결한 꽃이다. 옛 시인의 노래나 시에도 자주 등장하는 세한(歲寒)의 꽃이다. 겨울이 시작될 때, 망울져 있던 그 토실토실한 꽃망울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면 마치 국화와 함께 인동(忍冬)의 진한 꽃에 눈길을 머물게 한다.

     동백꽃에 얽힌 사연들이 있다. 남편이 고기잡이 나간 사이 집에 홀로 남아 있던 아내가 겁탈하려고 숨어든 남정네를 피하려다 바다에 빠져 죽었는데 그 여인을 묻은 자리에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 하니 그 아내 되는 사람의 자태가 동백꽃의 사연이라고 한다. 동백꽃은 벌과 나비가 오지 않는 겨울에 피는 꽃이라, 동박새 도움을 받아 가루받이(수정)를 하게 된다. 동백꽃은 자신의 진액인 꿀로 동박새를 키우고 동박새는 그 부리로 동백꽃의 수정을 도와 열매를 맺게 한다. 동백꽃과 동박새는 이렇게 공생관계를 이룬다. 동박새와 동백꽃은 전생에 약혼한 사이였는데 아름다운 그녀는 결혼식 전날 밤 낯선 남자에게 쫓기다가 절벽에 떨어져 죽었고 약혼녀를 지켜주지 못한 남자는 동박새가 되어 그녀(꽃)의 주위를 맴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안타까운 동박새 전설이 있다. 옛날 왕위 계승자가 없던 한 왕이 자기가 죽으면 동생의 두 아들이 왕위를 계승할 것이라 생각하고 질투와 시기를 못 이겨 동생에게 두 아들을 죽이라가 명령한다. 왕의 동생은 고민 끝에 자결하여 동백꽃으로 변했고 두 아들은 죽어 동박새가 되어 아버지 주위를 맴돈다는 이야기다.

     또 동백꽃과 관련하여 우리 귀에 익숙한 베르디의 가극 ‘춘희’가 있다. ‘춘희’는 불타는 듯 붉은 꽃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뒤마의 체험적 소설이다. ‘춘희’는 베르디의 가극 ‘라 트라비아타’(방황하는 여자)로 변신하여 150년이 지난 오늘까지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키며 뛰어난 오페라가 되었다. 창녀인 춘희를 향한 비올레타와 알프레드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이 비련(悲戀)으로 끝나는 애달픈 이야기다. 25일간은 흰 동백꽃을, 나머지 5일간은 붉은 동백꽃을 가슴에 꽂고 대담하게 밤거리를 돌면서 호색한들을 녹였던 한 창녀를 뒤마가 그토록 사랑했으나, 갑작스러운 그녀의 죽음을 애통해 하며 소설화한 것을 베르디가 가극으로 무대에 올리면서 알려지게 되었고 알프레드의 순수한 사랑의 충고가 창녀의 회심을 이끌어내는 일련의 줄거리는 순수한 사랑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미자 씨의 히트곡 ‘동백아가씨’가 있다.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빨갛게 멍 든 꽃이 통꽃으로 뚝뚝 떨어지는 모습에서 깊은 슬픔을 느낄 수 있다. 오랜 시간을 두고 피어난 동백꽃이 질 때는 꽃잎을 날리기보다 통째로 떨어지는 아픔을 보여주고 있다. 북송시인 소동파는 동백을 노래하면서 ‘불꽃같은 꽃이 한겨울에 핀다.’(爛紅如火雪中開)고 했다. 세한지송백(歲寒知松柏/추운 겨울이 되어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절개를 알 수 있다.)란 말로 소나무, 대나무, 매화나무(雪中梅)를 세한삼우(歲寒三友)라 하는데 동백도 이 반열에 넣을 수 있으리라 본다. 여하튼 동백꽃은 피는 시간이 길고 오랫동안 꽃으로서 제 자리를 지키며 바람이 불어도 흩날리지 않다가 한꺼번에 통째로 낙화해버리는 지극한 꽃이라 할 수 있다. 툭하고 소리내어 떨어졌지만 일단 떨어지고 나면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閒花落地聽無聲) 지극한 인고의 꽃이라는 뜻이다. 다산 초당에서 백련사로 들어서면 동백꽃 숲이 있고 고창의 선운사 경내에도 굵은 동백나무들이 있다. 다산 정약용이 동백 시 한 수 짓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옷이야 남녘이라 겨울에도 덜 입지만/술이야 근심 많아 밤마다 마시네/한 가지 유배객의 시름을 덜기는/(동지) 섣달 이전에 핀 동백꽃이라네/봄밤에 꽃 진다 눈물보다 무겁게/꽃 꺾어 산(算) 놓으며 무진장 마시고픈 봄밤이여.”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이사장)/금강일보 2017.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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