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풍경
- 치매행致梅行 · 283
洪 海 里
말 없는 나라로부터 소식이 올까
혹시나 하지만 온종일 대답도 없고
바람에 슬리는 낙엽, 낙엽,
나겹나겹 낮은 마당귀에서 울고 있다
내 마음 앞자락까지 엽서처럼 날아와서
그리움만 목젖까지 젖어 맴돌고 있지만
마음만, 마음만 저리고 아픈 날
솟대 하나 하늘 높이 푸르게 세우자
여린 날갯짓으로 당신이 날아온다면
나도 비인 가슴으로 기러기 되어
무작정 당신 곁에 가 앉아 있으리
하염없이 지껄이는 지아비 되리.
- 시집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 도서출판 움, 2018
그리움과 그리움이 만나면 무엇이 될까.
만나서도 그리움에서 풀려나지 못할 것이다.
오랫동안 가슴에 묻은 말의 표정만 지을 것이다.
소리를 잊고 살아서, 그 소리의 모양을 보이려고 애쓸 것이다.
오늘도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손을 잡아보고 안으며 몸에 들인 말을 적는다.
그리하고도 남은 말은 계절을 한 바퀴 돌아와 또 시로 내려온다.
입술 열린 당신을 만나면 “하염없이 지껄이는 지아비”로 살 소원을 두었으나
그 아득한 소원을 이루면 오히려 말문이 막힐지도 모른다. 우
리 몸의 거리가 이렇게 가까운데, 말은 참 멀다. 말 대신 낙엽만 읽다가 목
을 길게 빼고 솟대로 서는 계절은 얼마나 춥고 외로운가.
가슴을 비우고 따뜻한 말 한마디 기다리는 마당에 겨울이 들어서고 있다.
- 금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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