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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풍경 - 치매행致梅行 · 283

洪 海 里 2018. 12. 19. 03:59

초겨울 풍경

 - 치매행致梅行 · 283

 

                    洪 海 里

 

 

말 없는 나라로부터 소식이 올까

혹시나 하지만 온종일 대답도 없고

 

바람에 슬리는 낙엽, 낙엽,

나겹나겹 낮은 마당귀에서 울고 있다

 

내 마음 앞자락까지 엽서처럼 날아와서

그리움만 목젖까지 젖어 맴돌고 있지만

 

마음만, 마음만 저리고 아픈 날

솟대 하나 하늘 높이 푸르게 세우자

 

여린 날갯짓으로 당신이 날아온다면

나도 비인 가슴으로 기러기 되어

 

무작정 당신 곁에 가 앉아 있으리

하염없이 지껄이는 지아비 되리.


 


 


         - 시집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 도서출판 움, 2018


 



 


 


  그리움과 그리움이 만나면 무엇이 될까.

만나서도 그리움에서 풀려나지 못할 것이다.

오랫동안 가슴에 묻은 말의 표정만 지을 것이다.

소리를 잊고 살아서, 그 소리의 모양을 보이려고 애쓸 것이다.

오늘도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손을 잡아보고 안으며 몸에 들인 말을 적는다.

그리하고도 남은 말은 계절을 한 바퀴 돌아와 또 시로 내려온다.

 

  입술 열린 당신을 만나면 하염없이 지껄이는 지아비로 살 소원을 두었으나

그 아득한 소원을 이루면 오히려 말문이 막힐지도 모른다.

리 몸의 거리가 이렇게 가까운데, 말은 참 멀다. 말 대신 낙엽만 읽다가 목

을 길게 빼고 솟대로 서는 계절은 얼마나 춥고 외로운가.

가슴을 비우고 따뜻한 말 한마디 기다리는 마당에 겨울이 들어서고 있다.

     - 금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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