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무심중간 - 치매행致梅行 · 330

洪 海 里 2018. 12. 19. 18:59

무심중간


 - 치매행致梅行 · 330

 

            洪 海 里

 

 

새벽에 잠을 깨는

적막 강산에서

남은 날

말짱 소용없는 날이 아니 되도록

깨어 있으라고

잠들지 말라고

비어 있는 충만 속

생각이 일어 피어오르고

허허 적적

적적 막막해도

달빛이 귀에 들어오고

바람소리 눈으로 드니

무등,

무등 좋은 날!


       - 시집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 도서출판 움, 2018

 


 

  고요한 오두막에 어느 날 톡톡, 달빛이 들어왔다.

바람 소리를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시가 와서, 움츠리고 있던 생각이 일어 피어오르고나는 며칠 일찍 깨어나 백 편의 시를 읽었다.

그런 중에 사이에 앉아 무등 좋은 날을 덮는 시간이 도래했다.

덮기 전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을 아껴 쓰고 싶다는 생각에 머물렀다.

잠깐, 냉정하게 돌아서서 비어 있는 충만으로 그리워할까 망설이기도 했다.

 

  이제는 무심중간에 들어 한 편의 시를 기다리는 법을 배우려고 한다.

시를 얻으려고 열어놓은 내 방에는 시로 불러주기에 곤란한 여러 모양의 아류가 비집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슬픔이나 외로움 따위 인정에 이끌리는 낱말이 먼저 도착해 혀를 날름거리기도 한다.

시집 한 권 받은 인연으로 시인을 존대하거나 시어에 덧칠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시를 시답게 받으려면 단연코 무심중간에 앉는 방법뿐이다.

 

  놓친 시가 많다.

울컥, 동하였으나 내려놓은 시가 열에 아홉이다.

적다가 지운 생각도 많다.

가만, 머뭇거리다가 거둔 마음이다.

고백하기는, 나는 다 헤아리지 못한다.

다만, 허공에 눈을 둔 사람과 보이지 않는 그 마음을 붙잡는 사람을 읽었을 뿐이다.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는 절실한 마음이 그렇다.

눈이 녹는다는 말이 아니고 눈은 녹는다에 얹힌 조사에 오래 눈을 두는 사람 있으면 겨울밤 함께 보내도 좋겠다.

      - 금 강.


가져온 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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