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팽이는 때려야 돌고 돌아야 선다

洪 海 里 2018. 12. 27. 04:43

팽이는 때려야 돌고 돌아야 선다


            洪 海 里

 



멈춘 팽이는 죽은 팽이다
죽은 팽이는 팽이가 아니다
토사구팽이다

멈추면 서지 못하는
팽이를 때려 다오
돌아서 서도록 쳐 다오

너의 팽이채는
쇠좆매,
윙윙 울도록 때려 다오

 

중심을 잡고

불불대도록,
불립문자가 되도록 쳐 다오.        

               -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 “멈춘 팽이” “죽은 팽이” “토사구팽”으로 이어지는 말의 연쇄만 본다면 이 시는 그다지 새로울 게 없다. 이미 오래전에 시인은 그 말의 재미가 오를 수 있는 높은 경지를 시험했고 또 보여주었다. 최소한 이번 시집에서 시인의 말은 놀이가 주는 쾌감을 넘어서고 있다.

이 시에서는 그 말의 부딪힘이 언어를 통해 한 번 더 새로워진다. 시인은 죽은 팽이를 살리듯 자신의 언어를 되살리려고 한다. 그것은 단일한 의미로 환원된 언어를 다시 자유롭게 하는 일이다. 가령, “서지 못하는”[不立]은 팽이를 돌려 “불립문자”(不立文字)가 되도록 한다는 것은 쉽게 얻을 수 있는 통찰은 아니다. 언어에 대한 깊은 사유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서는 이 낙차를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불립문자”란 불가(佛家)에서 흔히 말하는 ‘염화미소(拈華微笑)’의 깨달음을 지시하지 않는다. 서지 않으면 팽이[언어]가 되지 않는다는 현상적 관찰이 문자로 된 것은 언어가 아니라는 철학적 사유로 이어진다. 이 “불립문자”야말로 언어를 의미의 죽음으로부터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 오래된 진리는 오직 시의 언어만이 보여줄 수 있다. 시인이 바로 눈앞에 있는 “서지 못하는” 팽이에서 저 멀리 있는 “불립문자”를 얻었다. 뿐만 아니라 바로 그 앞 구절에 시인은 “불불대도록”이라는 말을 적어 “불립문자”가 지닐 수 있는 왕성한 힘을 느끼게 했다. 때로 언어에 대한 시인의 예민한 감각은 그 기원을 돌아보게 한다.

  - 여태천(시인)

       

* <학습그림백과>에서 옮김.

얼음썰매 타고 신난 동심… 16일 전국에 눈-비 소식

박영대 기자 입력 2018-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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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는 토요일인 15일 오전까지 이어진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영하 6도, 강원 춘천 영하 12도 등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추위는 이날 낮부터 서서히 풀리며, 일요일인 16일에는 전국적으로 눈이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동아일보 2018.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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