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겨울 아침의 주차장에서

洪 海 里 2018. 12. 31. 07:13

겨울아침의주차장에서

 

洪 海 里


 

겨울아침의주차장은항구였다
난장판된수라장이었다
안개덮인대폿집의한창때였다
통통대는목선들의아우성이었다
사람마다통통배엿다
약속도없는사람들이서로의이마빡에서
깨진활자의웃음을읽고있었다
까마귀가어둡게빙빙돌고있었다
초라한넋들도한창날아다니고있었다 
그곳은꽃밭이었다
꽃밭의한낮이었다
여자와여자들의복부였다
신들은웃고있었다
신들은또울고있었다
어떤신은울지도않고웃지도않고있었다
사람은하나도없었다
모두짐승의세상이었다
돌아가는길은항상혼자였다
그러나그곳엔삶의맥이놀고있었다.


- 시집『투망도投網圖』(1969, 선명문화사)

     

  * “주차장”은 ‘삶의 한가운데’와 관계있다. 붐비는 곳이기 때문이다. 주차장을 “꽃밭”으로 은유한 것은 삶의 한가운데를 예찬한 것이다. 삶의 한가운데에 더 가까이 있는 것은 남자보다 여자이기 쉽다. 낳고 기르는 것은 아직(?) 여성과 더 인근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여자들의복부”를 강조하였다). 여성은 그러므로 창조주 “신”과도 인근의 관계에 있다. 삶의 한가운데는 또한 “웃고”, 우는, “울지도웃지도 않”은 세상이다. “사람은하나도없었다/ 모두짐승의세상이었다”는 ‘삶의 한가운데’에 대한 아이러니로 보인다. 시를 “삶의맥이놀고있었다”라고 끝내고 있기 때문이다. “돌아가는길은항상혼자였다”의 ‘혼자’도 삶의 한가운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바로 이어서 (역시) “그러나그곳엔삶의맥이놀고있었다”고 했기 때문이다.

- 박찬일(문학평론가)


 

  * 저녁놀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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