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다시 시를 찾다

洪 海 里 2019. 1. 1. 16:48

다시 시를 찾다

 

洪 海 里




물속으로 내리박았던
물총새,
나뭇가지에 앉아, 잠시,
진저리치듯.

온몸을 폭탄으로
또다시,
물속에 뛰어들기 위하여
물속을 들여다보듯.


-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 물속으로 온몸을 폭탄처럼 내던지는 “물총새”의 모습에서 우리는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시인의 강렬한 열정을 느낄 수 있다. 먹이를 향해 질주하는 물총새의 속도는 시인이 대상을 향해 세우고 있었던 날카로운 감각과 다르지 않다. 그 대상에 대한 화자의 진실한 태도가 “나뭇가지에 앉아, 잠시,/ 진저리치”는 것에서 드러난다. ‘시’라는 대상이 언제나 시인에게 “진저리”를 치게 한다. ‘다시 시를 찾다’라는 제목에서 시인이 지닌 태도의 진지함과 진정성을 엿볼 수 있다. 시인은 언제나 그랬듯이 그 물속을 골똘히 들여다본다. 어디에 투신하는 것은 맹목일 수 있지만, 그 투신의 맹목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은 그 현상을 오랫동안 관찰하는 일에서 얻을 수 있다. 

- 여태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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