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커니 잣거니』(미간)

산책 · 2

洪 海 里 2019. 1. 23. 09:43

산책 · 2

 

洪 海 里


 

한발 한발 걸어가면

발로 읽는 책 가슴속에 비단길 펼치고

눈으로 듣는 책 마음속에 꽃길을 여니

줄 줄만 아는 산 책에 줄을 대고

한없이 풀어 주는 고요를 돌아보라

줄글도 좋고 귀글이면 또 어떤가

싸목싸목 내리는 안개, 그리고 는개

온몸이 촉촉이 젖어 천천히 걸어가면

산 책 속에 묻히리니,


입으로 듣고 귀로 말하라

인생은 짧고 산책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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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雪國 / 동아일보 이은택 기자 (2019-01-24)    



국경의 긴 터널 끝에 있다는 순백의 설국을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 그는 가 보았을까. 
2017년 겨울은 지독히도 추웠지. 
긴 눈길을 아이젠에 의지해 터벅터벅 걸어갔을 때 숲이 있었어.
하늘, 땅, 나무 모두 눈부시도록 하얗게 뒤집어쓴 채

찬란한 빛인지 아니면 아득한 기억인지 모를 

그 숲이 거기에 있었어.
― 강원 인제 자작나무 숲에서
- 사진=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글=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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