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우주
洪 海 里
해 나는 날 슬퍼지고
한 편의 시가 쓰여지고
비 오는 날 흔들리고
한 권의 소설이 그려지고
눈 내리는 날 견뎌내고
드라마 한 편이 제작되고
바람 부는 날 꿈꾸고
역사가 쓰여지니
성에 서리는 날 매달리고
그림 한 장 그려지고
얼어붙는 날 뱉어내고
조각 하나 제작되고
녹는 날 흐려지고
노래 한 곡 작곡되고
번개 치고 천둥 울고 벼락 때리는 날
판소리 완창이 이루어지나니
다 끝났다 하지 마라
아름답고 슬픈 게 인생이다
하루가 그렇고
한 주일 한 달 한 해가 쌓여 한평생
역사는 생물이다.
- 월간 《우리詩》 2021.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