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커니 잣거니』(미간)

어초의 목탁

洪 海 里 2019. 3. 14. 05:12

어초漁樵의 목탁


洪 海 里



머리맡의 목탁이 새벽마다 세 번씩 울어

내 무지를 깨워 주는데

한 번 두드릴 때마다 새가 한 마리씩

포록포록 날아오른다


어제 우이도원에 오르는 길에 어초가 들려 준

목탁 이야기

여기저기 떠돌다 어초의 손에 들어온 참나무 목탁 하나

천년을 강물 타고 흘러다니며 독경하고 염불하다

물소리의 때란 때는 다 모아 목탁 속에 진흙집을 짓고

풀씨 한 알 모셔다 싹 틔워 키웠나니

가만히 속을 들여다보면

말라죽은 풀 한 포기 미라처럼 붙어 있어

아직도 침향의 마른 영혼이 환하다 한다.


'마른 부처님 한 분 계시다!'


(2003. 6. 21.)


* 어초 : 단소를 부는 국악인 윤문기 처사. 목탁은 대개 살구나무 뿌리로 만드는데 참나무 목탁을

           가지고 있다. 따악 따악 딱!

* 牛耳桃源 : 우이동 시인들이 복숭아나무를 심어 가꾸며 모임을 갖는 북한산 골짜기 옛 암자터.

'『권커니 잣거니』(미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쁠 '연娟'자에 대하여  (0) 2019.03.25
그때  (0) 2019.03.14
봄비 그치면  (0) 2019.03.14
그리움  (0) 2019.03.14
너와 나 사이  (0) 2019.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