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이별은 연습도 아프다』(2020)

눈썹잠 -치매행致梅行 · 393

洪 海 里 2019. 4. 7. 04:52

눈썹잠

-치매행致梅行 · 393


洪 海 里




새벽 두 시

기저귀 갈아 주려 불을 켰더니

아내는 혼자서 웃고 있었다

싱글벙글

어둠 속에서 벌써부터 웃고 있었다

"왜 안 자고 있었어?"

그래도 아내는 벙글벙글 웃었다

소리 없는 웃음이었다

아내의 나라는 어떤 곳일까

말을 잊은 세상은 어떤 나라일까

아내와 둘이서 있는 밤

눈썹 위에서 잠이 잠깐 놀다 가곤 했다

이름하여,

눈썹잠 또는 눈꺼풀잠이라고나 할까

노루잠이 바른 말이나 쪽잠은 어떤가

2019년 4월 7일의 일이다

꿀잠은 못 자도 잘 때 푹 자야 하는데

깨지 않으면 영영 끝인

영원한 잠[永眠]인 것이 인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