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둥근잎나팔꽃

洪 海 里 2019. 8. 1. 18:44


둥근잎나팔꽃 - 洪海里

 

아침에 피는 꽃은 누가 보고 싶어 피는가

홍자색 꽃 속으로

한번 들어가 보자고

가는 허리에 매달려 한나절을 기어오르다

어슴새벽부터 푸른 심장 뛰는 소리,

헐떡이며 몇 백 리를 가면

너의 첫 입술에 온몸이 녹을 듯, 허나,

하릴없다 하릴없다 유성으로 지는 꽃잎들

그림자만 밟아도 슬픔으로 무너질까

다가가기도 마음 겨워 눈물이 나서

너에게 가는 영혼마저 지워 버리노라면

억장 무너지는 일 어디 하나 둘이랴만

꽃 속 천리 해는 지고

타는 들길을 홀로 가는 사내

천년의 고독을 안고, 어둠 속으로

뒷모습이 언뜻 하얗게 지워지고 있다.

 

      -, 벼락치다(2006, 우리글)

 

              * 홍해리 시선집洪海里는 어디에 있는가(도서출판 움,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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