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囁
- 도란도란
洪 海 里
술 마실 때 시끄럽게 굴지 말라고
술 마시고 야비다리하지 말라고
'섭囁'은 주도酒道를 이르는 도주道酒,
술의 길을 가리키는 이정표,
술의 멋을 가르치는 훈장이거라
술 마셨다고 함부로덤부로 굴지 마라
두런두런대며 하동지동하지 말거라
입이 셋이고 귀가 하나라면
가볍고 나직하니 어찌 정다울 수 있으며
그 이야기인들 어이 귀에 들리겠느냐
입 하나에 귀가 셋이니 얼마나 좋으냐!
'섭'은 토리土理 좋은 남도땅이 낳은 알[土卵]로
정성 다해 빚은 술이니
하늘 기운과 땅의 피가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지 않았느냐
'도란도란'은 투명한 액체의 불
바로 자연이 낳은 용암이다
눈으로 마시면서
마음으로 먼저 취하거라
지딱지딱 마셔 취할 것이 아니라
네 몸과 마음 구메구메 좋은 기운으로
채워 넣어 줄 술이니라, 섭囁은!
* '섭囁'은 전남 곡성에서 토란을 원료로 만드는 40도 짜리 독한 술로 '토란소주 도란도란'이란 이름도 갖고 있음. |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은 물리지 않는다 (0) | 2019.12.21 |
---|---|
시작 연습詩作鍊習 (1) | 2019.12.20 |
해질녘 허수아비 (0) | 2019.11.21 |
채화採華 (0) | 2019.10.15 |
詩를 찾아서 (0) | 2019.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