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洪海里는 어디 있는가』/ 정일남(시인)

洪 海 里 2020. 1. 24. 06:45

『洪海里는 어디 있는가』

 

  - 정일남(시인)

 

  위의 글은 홍해리 시인이 낸 시선집의 제목이다. 그의 시력 50여.

20여 권의 시집 중에서 선별한 시 109편이 수록되어 있다.

치매행』『매화에 이르는 길』『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 등은 선집에서 제외되었다.

독자가 선호했던 시들을 제외한 심정을 이해할 것 같다.

 

홍해리는 <명창정궤明窓淨几>의 자서에서

 

시란 무엇인가

시인은 누구인가?

 

라는 글에서

<...어떤 곡해나 구속도 용납되지 않는다

어떤 이념이나 주의도 필요 없다

시 쓰기는 영혼의 자유 선언이다

시란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다

(이하 생략)

 

살기 위해서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죽기 위해서

잘 죽기 위해서 시를 쓰는 일이란 다짐을

다시 한 번 다져본다(이하 생략)

 

생전에 상을 받을 일도 살아서 시비를 세울 일도 없다

으로 을 당할 일도 아니고 詩碑是非에 휘말리고 싶지도 않다.

 

  홍해리의 위의 글에서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오늘의 문단은 좋은 글을 쓰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언론사나 출판사 그리고 평론가를 찾아다니는 자들이 유명세를 타는 자가 많다. 작고 시인의 문학상을

독식하는 자들이 언론에 비치게 되고 우러러보게 되는 세상이다. 이런 그릇된 관행을 언론이 앞장서

비판하고 바로 잡이야 하는데 오히려 부추기는 세상이 되었다. 권력에 고개 숙이고 아첨하는 자들을

홍해리 시인은 꾸짖는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은 경제 논리인 그레셤법칙이지만 문단에도 적

용된다니 서글픈 일이다.

 

  <洪海里는 어디 있는가> 한마디로 홍해리는 한국 문단의 중심에 있다. 결코 변방이 아니다.

詩碑 하나 없고 文學賞 하나 없어도 한국 독자들이 선호하는 시인. <치매癡呆치매라 함이 옳다.

梅花에 이르는 길이다>라는 명문을 그는 남겼다. 많은 치매환자와 그 간병인에게 희망을 주었던

홍해리 시인. <홍해리 시인은 어디 있는가.>의 선집에 축복과 영광과 행운이 있기를 기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