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詩眼
洪 海 里
한 권의 시집을 세우는 것은
시집 속 수십 편의 시가 아니라
한 편의 빼어난 시다.
한 편의 시를 살리는 것은,
바로,
반짝이는 시의 눈이다.
스스로
빛나는
시의 눈빛!
그 눈을 씻기 위해
시인은 새벽마다
한 대접의 정화수를 긷는다.
- 월간《우리詩》(2013. 11월호)
-『정곡론』(2020, 도서출판 움)
<감상>
시의 눈은 냉정하나 따뜻한 마음이 숨었다. 글자와 글자 사이 빛나는
눈 한 번 스쳤다면 시 언저리 정도는 더듬은 것이요, 시의 눈에 맺힌
눈물을 감지하고 껴안은 이는 시를 제대로 만난 것이다.
이때부터 홀로 눈뜬 방에 들어온 타인의 세계와 함께 산다. 새벽으로
당도한 기도를 받아적으면 한 편의 시가 된다. 더는 맑을 수 없이
정화수로 씻은 눈에 누군가 손 모은 마음이 다녀간 기억이다.
- 금강하구사람.
'시론 ·평론·시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문자 시집『꽃시』<表辭> (0) | 2020.03.25 |
---|---|
<감상> 정곡론 / 금강 (0) | 2020.03.20 |
<감상> 가을밤 / 금강 (0) | 2020.03.18 |
<감상> 방가지똥 / 이동훈(시인) (0) | 2020.03.15 |
<감상> 백로白露 / 금강 (0) | 2020.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