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곡론正鵠論
洪 海 里
보은 회인에서 칼을 가는
앞못보는 사내
안 보이는데 어떻게 일을 하는지요
귀로 보지요
날이 서는 걸 손으로 보지요
그렇다
눈이 보고 귀로 듣는 게 전부가 아니다
천천히 걸어가면
보이지 않던 것
언제부턴가 슬몃 보이기 시작하고
못 듣던 것도 들린다
눈 감고 있어도 귀로 보고
귀 막고 있어도 손이 보는 것
굳이 시론詩論을 들먹일 필요도 없는
빼어난 시안詩眼이다
잘 벼려진 칼날이 번쩍이고 있다.
<감상>
귀로 보고 손으로 보는 경지를 알지 못하나 내 몸에 꽂힌 말 한마디 부르르 떠는 시간 말의 꼬리가
흔들리다가 멈추는 시간까지 나도 함께 떨다 멈추고는 여운이 가라앉기까지 또 상상으로 호흡이
가빠진 적이 있다.
새처럼 훨훨 나는 말 말들 맞혀 거두는 법을 알면 시론의 눈치도 필요 없는 시안을 가졌을 텐데
어쩌면 그도 누군가 쏘아올린 말에 가슴을 내어준 적 있으리라. 문장이 심장에 꽂히던 날부터 눈
감고 귀를 막았으리라.
- 금감하구사람.(http://blog.daum.net/rmarkdgkrntkfka. 2020. 0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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