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化된 洪海里

막걸리 - 洪海里 시인님의「마시는 밥」을 읽고 / 김세형(시인)

洪 海 里 2020. 4. 6. 03:42

막걸리

- 洪海里 시인님의「마시는 밥」을 읽고

 

김세형

 

 

그 여자에겐 난 언제나 배고픈 아가에 불과했다.

내가 칭얼칭얼 보채면 여자는 내게 늘 자신의 젖을 짜 주었다.

뽀얀 '물밥'*,

여자는 내가 고프다 보채면 늘 자신의 그 물밥을 먹이곤 했다.

그때마다 난 배는 불렀으나 고프긴 늘 매한가지였다.

그게 여자가 내게 준 사랑의 전부였다.

난 그 물밥에 취해 옹알옹알, 옹알이를 해댔다.

그러면 여자는 귀엽다고 내 얼굴을 바라보며 깍꿍, 깍꿍, 해대곤 했다.

날 결코 애인으론 삼진 않았다.

그때마다 난 그 뽀얀 물밥에 내 눈물을 말아먹곤 했다.

그렇게 난 늘 내 눈물에 취해 있었다.

 

          - 홍해리 시인의「마시는 밥」중에서.



 

 

     마시는 밥

     - 막걸리


     洪 海 里



     막걸리는 밥이다
     논두렁 밭두렁에 앉아
     하늘 보며 마시던 밥이다
     물밥!
     사랑으로 마시고
     눈물로 안주하는
     한숨으로 마시고
     절망으로 입을 닦던
     막걸리는 밥이다
     마시는 밥!

                               - 시집『투명한 슬픔』(1996, 작가정신)




                             * 참새들의 사회적 거리   


10마리쯤 되는 참새들이 도로표지판 위에 앉았습니다.
평소 같으면 ‘참새 시리즈’가 떠오를 텐데 밀접 접촉이
먼저 눈에 들어오네요.
참새들의 사회적 거리는 5cm 정도 되나 봅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020. 04.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