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香 詩香』(미간)

<화답시> 패랭이꽃 - 이대의/김한순 시인 : 洪海里

洪 海 里 2020. 6. 25. 07:49

* 다음 네 편 시는 이대의 시인과 김한순 시인이 어머님 장례식에 와 선산의 패랭이꽃을 보고 쓴 작품에 내 화답시를 붙여본 작품들입니다.

 

 

패랭이꽃 한 송이

李 大 儀



상갓집 뒤뜰
눈물로 진하게 핀
패랭이꽃
착한 사람들
문상 왔다 보고 가라는
가신 님 고운 마음 같아서
한 점 그리움 찍어두고 돌아섰네
마음속에 담아두고 왔네.



패랭이꽃
- 이대의 시인에게

洪 海 里

대의 시인이 두고 간
패랭이꽃 한 송이
장마철 반짝 드는 햇살처럼
가슴에 피다

먼 길 돌아 돌아
여든두 굽이 지나
영원을 찾아서
시간을 세우고

길 없는 길을 따라
지평선을 넘어
무지개를 지나

허공 어디쯤 가고 계신
어머니
극성 더위 식혀 드리고자

패랭이 하나
씌워 드리오니

쓸쓸한 길
홀로 가시는 길
옷깃에 스며오는 서늘한

패랭이꽃 한 송이!
(2001.07.)

============


어머니의 인사

김 한 순


상가 뒷산에 핀
패랭이꽃 한 송이
문상 간 나에게
미소 짓고 있었네


어서 와요
잘 왔어요
이곳은 참으로 따뜻한 곳이에요
난 잘 있다 가요

저녁 햇살에 미소 띠우는
패랭이꽃 한 송이
상가 뒷산에서
반겨주고 있었네.

 

 


패랭이꽃 한 송이
- 김한순 시인에게

洪 海 里

어머니 가셔서
온통 세상이 적막한데,

아버지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 계신
잔디마당
패랭이꽃 말없이 피어 있었다.

스물세 해 기다리며
쓸쓸한 세월의 사랑으로
아버지가 피워 올린
패랭이꽃이 문상객을 맞고 있었다.

숱한 자식들 다 어디 있는지
패랭이꽃만 피어서
한적한 산자락을 지키고 있었다.

삶과 죽음의 명암도
꽃 앞에선
안팎이 없는 빛이고 어둠일 뿐,

패랭이꽃만 말없이 피어 있었다.
(2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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