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묘
洪 海 里
장례식장 한구석
홀로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는 사내
아내를 먼저 보냈다
했다
눈썹에 소금꽃이 피고
어깨가 젖어
옆구리가 시렵게 흔들리고
등이 노을빛으로 휘청휘청했다.
용담꽃
洪 海 里
비어 있는
마당으로
홀로 내리는
가을볕같이
먼저 간 이를
땅에 묻고 돌아와
바라보는
하늘빛같이
이냥
서럽고 쓸쓸한
이
가을의 서정
슬픔도 슬픔으로 되돌아가고
아아
비어 있는 마음 한 자락
홀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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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龍膽
洪 海 里
떠나가도 눈에 선히 밟히는 사람아
돌아와 서성이는 텅 빈 안마당에
스산히 마른 가슴만 홀로 서걱이는데
소리치며 달리던 초록빛 바람하며
이제와 불꽃 육신 스스로 태우는 산천
서리하늘 찬바람에 기러기 떠도
입 꼭꼭 다물고 떠나버린 사람아
달빛에 젖은 몸이 허기가 져서
너울너울 천지간에 흐늑이는데
잔치집 불빛처럼 화안히 피어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하리라’
떠나가도 눈에 선히 밟히는 사람아.
* 용담의 꽃말 :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