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서』(미간)

마지막 화두

洪 海 里 2020. 11. 15. 15:14

마지막 화두

 

洪 海 里

 

 

여러 해 전

밀차에 실려 수술실로 들어설 때

내가 살아서

살아서 내가

이 문을 나설 수 있을까 했었는데

 

중환자실에 아내를 두고 나와

집에 돌아올 수 있을까

돌아올 수 있을까 했는데

돌아오지 못하고

2020년 11월 12일 새벽 두 시 반

끝내 아내는 갔다

 

새벽 두 시 퍼뜩 잠이 깨

"사는 게 무엇인가

숨을 쉬는 것인가

밥을 먹는 것인가

보고 듣고 말하는 것인가"

왜 이런 생각이 문뜩 떠오를까 하고

끼적이고 있는데

급히 병원으로 오라는 전화가 왔다

아내가 내게 던져준 마지막 화두였다

 

처음 가는 길이라서

가 보지 않은 길이라서

처음 가는 마지막 길이라서

아내가 혼자서 어떻게 갈지 걱정이 된다

 

"부디 잘 가요, 여보

이승에서 못난 사람 만나 고생 많았어요"

아내 가는 길에 흰 국화 한 송이 뿌리니

눈물도 한 덩이 뚝 떨어진다.

 

- 월간《우리詩》2021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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