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화두
洪 海 里
여러 해 전
밀차에 실려 수술실로 들어설 때
내가 살아서
살아서 내가
이 문을 나설 수 있을까 했었는데
중환자실에 아내를 두고 나와
집에 돌아올 수 있을까
돌아올 수 있을까 했는데
돌아오지 못하고
2020년 11월 12일 새벽 두 시 반
끝내 아내는 갔다
새벽 두 시 퍼뜩 잠이 깨
"사는 게 무엇인가
숨을 쉬는 것인가
밥을 먹는 것인가
보고 듣고 말하는 것인가"
왜 이런 생각이 문뜩 떠오를까 하고
끼적이고 있는데
급히 병원으로 오라는 전화가 왔다
아내가 내게 던져준 마지막 화두였다
처음 가는 길이라서
가 보지 않은 길이라서
처음 가는 마지막 길이라서
아내가 혼자서 어떻게 갈지 걱정이 된다
"부디 잘 가요, 여보
이승에서 못난 사람 만나 고생 많았어요"
아내 가는 길에 흰 국화 한 송이 뿌리니
눈물도 한 덩이 뚝 떨어진다.
- 월간 《우리詩》 2021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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