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커니 잣거니』(미간)

풋고추에 막걸리 한잔하며

洪 海 里 2021. 6. 13. 19:29

*http://story.kakao.com에서 옮김.

 

 

풋고추에 막걸리 한잔하며

 

洪 海 里

 

 

처음 열린 꽃다지 풋고추 몇 개 

날된장에 꾹꾹 찍어

막걸리를 마시네

 

나도 한때는 연하고 달달했지

어쩌다 독 오른 고추처럼 살았는지

죽을 줄 모르고 내달렸는지

 

삶이란

살다 보면 살아지는 대로

사라지는 것인가

 

솔개도 하늘을 날며

작은 그늘을 남기는데

막걸리 한잔할 사람이 없

 

아파도 

아프다 않고 참아내던

독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인가

 

보잘것없는 꽃이 피고

아무도 모르는 새

열매를 맺어

 

접시에 자리 잡은 고추를 보며

검붉게 익어

빨갛게 성숙한 가을을 그리네.

 

- 계간 『문학춘추』 2024.여름호(제1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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