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커니 잣거니』(미간)

독각대왕

洪 海 里 2021. 10. 17. 09:40

독각대왕獨脚大王

 

洪 海  里

 

 

 

남의 일이 아니네

날이 날 버리지도 않았는데

문을 닫고

날 잠그다니

 

어느 여자 시인은

외출할 때마다

교통사고를 당하면 어쩌나 하고

다리속곳 걱정부터 한다는데

 

하루 한 끼 때우는 일

그게 그리 큰일인 줄도 모르고

한평생 살아온 것이 부끄러워서

 

밥 먹고 설거지도 못한 채

지저분하게 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네

 

하지만

내가 내 뒤처리까지

깨끗하게 다 하고 가면

 

더 미안해 할 일이 있지 않을까

염려가 되어

이렇게 떠나는 걸 이해해 다오

그래야 조금은 덜 슬퍼할 것도 같아

이 세상 정리 다 못하고 가고 싶어라.

 

* 독각대왕 : 아주 괴벽하고 말썽 많은 사람.

 

- 월간 《우리詩》 2022.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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