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각대왕獨脚大王
洪 海 里
남의 일이 아니네
날이 날 버리지도 않았는데
문을 닫고
날 잠그다니
어느 여자 시인은
외출할 때마다
교통사고를 당하면 어쩌나 하고
다리속곳 걱정부터 한다는데
하루 한 끼 때우는 일
그게 그리 큰일인 줄도 모르고
한평생 살아온 것이 부끄러워서
밥 먹고 설거지도 못한 채
지저분하게 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네
하지만
내가 내 뒤처리까지
깨끗하게 다 하고 가면
더 미안해 할 일이 있지 않을까
염려가 되어
이렇게 떠나는 걸 이해해 다오
그래야 조금은 덜 슬퍼할 것도 같아
이 세상 정리 다 못하고 가고 싶어라.
* 독각대왕 : 아주 괴벽하고 말썽 많은 사람.
- 월간 《우리詩》 2022.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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