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처음이라는 말 / 경상매일신문, 2021.10.20.

洪 海 里 2021. 12. 20. 09:20
 

<詩境의 아침>

 

처음이라는 말/ 홍해리


경상매일신문 기자 / gsm333@hanmail.net
입력 : 2021년 10월 20일
 




처음이라는 말

洪 海 里



'처음'이라는 말이 얼마나 정겨우냐
'첫'자만 들어도 가슴 설레지 않느냐
첫 만남도 그렇고
풋사랑의 첫 키스는 또 어떠냐
사랑도 첫사랑이지 첫날밤, 첫새벽, 첫정, 첫걸음, 첫나들이
나는 너에게 마지막 남자
너는 너에게 첫 여자이고 싶지
첫차를 타고 떠나라
막차가 끊기면 막막하지 않더냐
"처음 뵙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그렇게 살 수는 없을까
하늘 아래 새것은 없다지만
세상은 새롭지 않은 것 하나 없지
찰나가 영원이듯
생은 울음으로 시작해서 침묵으로 끝나는
물로 시작해서 불로 끝나는
홀로 왔다 홀로 가는 긴 여로
처음이란 말이 얼마나 좋으냐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하늘 아래 새것은 없다지만 세상은 새롭지 않은 것 하나 없지’
시인의 새로운 것을 보려는 눈이 아름답다. 새롭지 않은 것 속에서 새로움을 찾아내려는 마음이 새롭다. 늘 거닐던 거리 모퉁이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 온 인동덩굴을 본다. ‘첫’이다. 몇 날인가 지나서 인동 꽃을 본다. ‘처음’이다. 인동 꽃의 암술과 수술을 본다. 타가수정의 발전된 매카니즘을 가지고 있음에 놀란다. ‘첫’이다. 그냥 읽었던 책을 다시 펼친다. 박웅현의 ‘여덟 단어’ 다시 보니 새롭다. 발견하지 못했던 느낌을 받는다. ‘처음’이다. 셀렘이 인다.
‘처음’이란 몸으로 체험하는 경험만이 아니다. 마음에서 받아들이는 ‘느낌’을 수반한다. 보려고 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보려고 하는 만큼 보인다. 보이는 만큼 느끼는 새로움에 취하는 것. 그것이 젊음이다. 내 마음 안에 고여 있는 느낌들을 끄집어내 환기시키자. ‘으레~ 당연~똑같아~’라는 느낌은 묵은 때. 묵은 먼지거든, 벗겨보는 것은 어때?
보려고 하면’ 늘 싱싱한, 싱그러운, 새로운, ‘처음’과 만난다. 꽃에서도, 나무에서도, 사람에게서도…‘처음이란 말이 얼마나 좋으냐’ 참 좋다. 좋아.
- 박모니카(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