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난초밭 일궈 놓고』1994

청주 가는 길

洪 海 里 2022. 9. 21. 16:32

청주 가는 길

 

洪 海 里

 

 

플라타너스
기인 터널을 지나면
내 고향
淸州가 배처럼 떠 있고
상당산성 위로
고향 사람들은 만월로 빛난다


봄이면
연초록 연한 이파리들이
손을 모아 굴을 만드는
서정抒情


여름이면
초록빛 바닷속
아늑한 어머니 자궁으로
넉넉히 새끼들을 기르고


가을이면
서걱이는 갈빛
포근한 안개가 금빛 들을 감싸 안는
풍요豊饒


겨울이면
맑은 뼈마디로
장성한 자식들을 떠나 보내는
어버이처럼
흰눈을 쓰고 서 있는
고고孤高


플라타너스의 연륜의 이마
그 밑을 지나 고향에 닿으면
늘 그렇듯
무심천 물소리처럼
우암산 바람결처럼
비인 듯 충만한
그곳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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