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커니 잣거니』(미간)

낙조落照

洪 海 里 2022. 10. 1. 11:05

낙조落照

 

洪 海 里

 

 

나근나근

나긋나긋하던 노을이

죽비竹篦가 되어

등짝을 후려치네

 

단조로움 속으로

서서히 침잠하던 나의 회색빛 삶

낫낫해 더덜없이 가는 길이었는데

밑천 없는 내일이 펼쳐져 있다니

 

가면서 가지는 게 삶인데

불방망이가 내려치니

바람이 길을 가르쳐주겠는가

구름이 그러겠는가

 

가지 못한 삶

가지도 않고 가지 못할 길

책등만 보고 한 권 다 읽었다는 듯

길 이름만 듣고 다 살아 보았는가

 

또다시

저녁놀이 시뻘건 죽비가 되어

어깻죽지를 내리치는 소리

고막을 찢네!

 

 

* Yangwoo Kwon 님의 페북에서 옮김. "저문다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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