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커니 잣거니』(미간)

역린逆鱗에 대하여

洪 海 里 2022. 12. 11. 19:26

역린逆鱗에 대하여

 

洪 海 里

 

 

내가 얼마나 작은가

나인 나와 나 아닌 나 사이

내가 나를 본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한평생 시를 쓴다면서, 시를 산다면서

시가 뭔지도 모르고

시인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고민하고 절망하고 철망에 갇히고

 

따뜻한 한잔의 술이 그리운 시간

밤하늘의 별들이 벌 떼처럼 잉잉거리는

오래된 미래는 이미 하늘이 아닌데

 

막장에서도 막상 아무것도 못하고

곱창 막창이나 구워먹을 것인가

천사는 누구이고 악마는 어디 있는가

 

막시말로 시는 내게 역린인가

나의 시는 보통사람이고 싶다

검은 겨울이 길게 가지만

다시 보다가 또 다시 보라고

 

무던한 천년이 흐른 뒤에도

끌어안고 살아야 할, 그리워하며 살

다 썩어도 썩지 않을 부드러운 시 한 편

 

그것이 역린이라면!

 

 

* 장진돈 시인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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