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마리의 소
임 보林步
고불古佛 이생진李生珍은 물소
포우抱牛 채희문蔡熙汶은 황소
난정蘭丁 홍해리洪海里는 들소
나 임보林步는 조그만 염소
* 우이동 사인방四人幇의 인물시다.
고불은 섬에 미처 늘 물을 떠나지 못한 것이 마치 물소와 같다.
포우는 이중섭의 그림 속에 나온 황소처럼 강렬해 보이지만 사실 양순하고,
난정은 난과 매화를 즐기는 선비지만 들소와 같은 정력이 없지 않다.
나 임보는 굳이 소라고 친다면 보잘것없는 염소라고나 할까.
이분들의 아호는 내가 붙인 것이다. - 임보.
* 늘 세속 너머를 바라다보고 있는 것 같은 임보 시인, 세속에서 말을 아끼고 그 말을 시로 풀어내는 것 같은 임보 시인은 ‘우이동 시인’ 혹은 ‘북한산의 시인’으로 불립니다.
그와 함께 동인으로 모이는 ‘우이동 시인들’(임보, 이생진, 홍해리, 채희문)은 북한산에서 철쭉제를 지내고, 그 북한산의 정기를 받으며 시를 쓰는 시인들입니다.
‘우이동 시인들’의 한 사람인 임보는 그들 넷의 만남 앞에서 위와 같은 시를 썼습니다.
임보는 이 시의 주석란에다 “고불은 섬에 미쳐 늘 물을 떠나지 못한 것이 마치 물소와 같다. 포우는 이중서의 그림 속에 나오는 황소처럼 강렬해 보이지만 실은 양순하고,
난정은 난과 매화를 즐기를 선비지만 들소와 같은 정력이 없지 않다. 나 임보는 굳이 소라고 친다면 보잘것없는 염소라고나 할까. 이분들의 아호는 내가 붙인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이런 주석의 내용을 가진 위 시에는 ‘멋’이 깃들어 있습니다. 타인을 ‘아끼는 마음’이 있습니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마음’이 있습니다. ‘무거운 가벼움’이라고 부를 만한 ‘웃음’이 있습니다.
[정효구, 시 읽는 기쁨 2, 97~99]
- https://blog.naver.com/21simon '푸른들녘'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