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세월
洪 海 里
뒤돌아보면
바람은 늘 한 쪽으로만 불었다
내가 하기보다
네가 하기를 바랐고
내가 해 주기보다
네가 해 주기만 바랐다
그러다 보니
바람 부는 날 가루 팔러 다니며
바람을 잡아매려 하고
그림자를 잡으려 들기 일쑤였다
바람 따라 돛도 달고
바람 보고 침도 뱉으랬거늘
바람벽에 돌이나 붙이려 했으니
어찌 바람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으랴
바람 안 부는 곳이 없고
바람 앞의 티끌임을 내 어찌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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