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바람의 세월

洪 海 里 2024. 12. 19. 11:15

바람의 세월

 

洪 海 里

 

 

뒤돌아보면

바람은 늘 한 쪽으로만 불었다

 

내가 하기보다

네가 하기를 바랐고

내가 해 주기보다

네가 해 주기만 바랐다

 

그러다 보니

바람 부는 날 가루 팔러 다니며

바람을 잡아매려 하고

그림자를 잡으려 들기 일쑤였다

 

바람 따라 돛도 달고

바람 보고 침도 뱉으랬거늘

바람벽에 돌이나 붙이려 했으니

어찌 바람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으랴

 

바람 안 부는 곳이 없고

바람 앞의 티끌임을 내 어찌 몰랐을까.

 

* 돈키호테 : 파블로 피카소(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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