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간을 찾아서

洪 海 里 2025. 6. 1. 04:52

시간을 찾아서

洪 海 里
 

충북 청원군 남이면 척산리 472번지

신사년 오월 초엿새 23시 05분
(2001년 6월 26일 밤 11시 5분)
스물세 해 기다리던 아버지 곁으로
어머니가 가셨습니다
들숨 날숨 가르면서
저승이 바로 뒷산인데
떠날 시간을 찾아
네 아들 네 딸 앞에 모아놓고
며느리 사위 옆에 두고
기다리고 기다리며 가는 시간을 맞추어
마지막 숨을 놓고
말없이,
한마디 말씀도 없이
묵언의 말씀으로
이승을 멀리 밀어놓고
어머니는 가셨습니다.
여든두 해의 세월이, 고요히

기우뚱했습니다.

- 시집 『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

* 2001년 6월 26일 23시 05분 어머님은 가셨습니다.
어머님은 고향집에서 100m쯤 되는 뒷산 양지바른 자리에 1978년에 먼저 가신 아버님과 함께 계십니다.
아버지는 20세기에, 어머니는 21세기에 떠나셨습니다.
자식들이 불효하는 녀석들이라 제삿날을 잊지 말라고
아버님은 정월 대보름에, 어머님은 단옷날에 오십니다.
 
* 어머니는 바다입니다. 나를 열 달 동안 둥둥 띄워서 길러준 바다입니다.
어머니는 대지입니다. 논과 밭이 펼쳐진 들판입니다. 나의 피와 살과 뼈를 길러준 흙입니다.
어머니는 하늘입니다. 나를 바른 사람으로 살도록 보살펴 주는 하늘입니다.
어머니는 자연입니다. 한 포기 풀이요, 한 그루 나무요, 나의 정신인 산이요, 나의 사랑인 물입니다.
어머니는 내 영혼의 꽃이요, 내 육신의 밥이요, 나의 모든 것입니다.
- 隱山.
 

                                                * 되지빠귀 : 홍철희 작가 촬영. 202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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