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노래
洪海里
가장 아름다운 물이 되기 위하여
아니, 가장 황홀한 불이 되기 위하여
눈 감고
삼 년
귀 막고
삼 년
입 닫고
삼 년
그보다 먼먼 역사를
아리랑 아리랑 소리없이 울었다.
어둠 속에서 옷을 벗고
몸을 바꾸고
아무런 몸짓도 없이
모든 번뇌 비인 하늘에 띄우고
어둠의 옷을 입고
땅 속에 누워
그리움으로
사랑으로
투정으로
절망과 슬픔과 고독을 삭이면----,
한 알 사리이듯
땅 내음 가슴에 품고
바람도 별빛도 모아 담아
살과 뼈를 다 삭혀 낸 후
더운 숨을 흘려 버리고 나면
빨간 참숯의 혓바닥이 되어
가장 향그러운 물
영롱한 호박빛 투명이 고인다.
어느날
까맣게 잊고 있던 불씨 하나가
몸에서 타오르는 날
그대의 눈물보다
풀잎의 이슬보다 순수한 문법으로
목숨의 꽃 같은 저녁놀 아래
스스로 우는 가락의 혼불로 타리라
그대 가슴에 요요히 흐르리라.
(1994)

술 나라
洪海里
法이 있어도 없는 나라
道가 있어도 없는 나라
時間이 있어도 없는 나라
타임머신의 나라
여자들의 끝없는 암흑의 나라
줄 넘은 유성기판의 나라
그때그사람그때그사람그때그사람그때그사
잠 속의 절망의 나라
여우의 나라 늑대의 나라 돼지의 나라
안개였다가 비였다가 바람이였다가
무주공산명월의 나라
핑크빛 물의 나라
냉수 대접에 익사한 나라
보라빛 연기의 나라
죽음의 환희와 후회의 나라
품속에 든 천하의 나라
손안에 든 황제의 나라
기상천외의 천국
우리나라술나라
술나라만세!
* 마지막 2행은 글짜를 옆으로 또는 꺼꾸로 누이고 뒤집고 띄어쓰기를 무시했으나 여기서는 원상태를 살리지 못 했음.
(1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