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시감상> 은자의 꿈 / 김금용, 금 강.

洪 海 里 2005. 10. 31. 19:43

洪海里의 은자隱者의 꿈

 

 - 김 금 용


산 채로 서서 적멸에 든
고산대의 朱木 한 그루,

타협을 거부하는 시인이
거문고 줄 팽팽히 조여 놓고
하늘을 이고
설한풍 속 추상으로 서 계시다.

현과 현 사이
바람처럼 들락이는
마른 울음
때로는
배경이 되고
깊은 풍경이 되기도 하면서,

듣는 이
보는 이 하나 없는
한밤에도 환하다
반듯하고 꼿꼿하시다.


-『牛耳詩』(2005.2월호)



  * 한밤에도 환하다

시인의 정신은 무엇인가, 무엇이길래 "고산대의 주목 한 그루"처럼, 혹은 한겨울 나목처럼 "산 채로 서서 적멸에" 들며 "설한풍 속 추상으로 서" 있는 것일까. 시가 읽히지 않는 현실에서 시의 미래는, 시인의 정신은 어떠해야 하는가---들어보자.

순수예술, 혹은 기초과학이 무시되는 현실 속에서
여전히 隱者는, 시인은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고산대의 朱木 한 그루"가 되자고,

비록 지금은 한겨울 나목이 되어,
잊혀진 고산대의 주목이 되어
을씨년스러운 풍경, 배경이 되고 있지만,
"듣는 이/보는 이 하나 없는/한밤에도 환하다/반듯하고 꼿꼿하시다"하며
"하늘棺을 이고/설한풍 속 추상으로 서" 있기를 다짐하는 것이다. 시인은---!

시인 정신은 이러하리라.
대중적 인기 위주에 연연해서도, 절망해서도 아니 되리라.

주목처럼 올곧게 서서
"거문고 줄 팽팽히 조여 놓고/하늘棺을 이고" 타협을 거부하리라.

이전에도 현재에도 다시 미래에도
시인정신은 이러했다고, 이렇게 의연하자고,
<세한도> 그림 한 점 같은
隱者의 꿈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2005년 새해의 다짐으로---!
(시인)


* 풍상 다 입고 덮은 세월로 굽었다가도 다시 몸을 일으키는 것은 소리 고운 바람의 현을
말아 몸에 끼우고 비비고 비벼 내는 소리에 스스로 깨어남이라.
   소리가 몸을 돌아 나오는 동안 살점이 떨어졌다가 새 살이 나는 동안   벼린 소리 천년을
걸러내는 소리 듣고 보내는 사람은 시인으로 칭해도 좋으리라.

   세상에 떠도는 시가 많지만 대개 가벼운 입술의 말이다. 시인 이름을 받은 이는 진짜로
홀로 서 있어도 시를 살아내는 사람이다. 듣는 이 없어도, 한밤 버릇처럼 몸을 풀어 운다.
   - 금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