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화사기花史記』1975
이명耳鳴
洪 海 里
한밤 모든 사물이 죽어어둠만이 충만할 때나의 귀는 운다통곡하며 운다.누가나의 혀를 잘라내고 있다두 귀도 도려내고눈도 휘벼내고드디어 두개골을 박살내고 있다.칼날이 번쩍인다푸른 식칼이토막토막 자르는 도마 위에나의 전신이 파르르떨리고 있다잔인의 눈동자가 빛나고 있다.푸지직 푸지직파란 연길 내는석쇠 위의 분신이다 타고나면나는 무엇으로 남을까대지 속에 빛나는 피와 살의 향기여.사내들은 몇 마리야견을 기르고 있다정직한 눈물은 눈물을 부르지 않는다나 하나 밝히는 등불 하나어둠 속에서바람에 흔들리며 타는 소리 들린다.
- 시집『花史記』(1975, 시문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