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화사기花史記』1975

<시> 소금 속에서 빛이

洪 海 里 2005. 11. 2. 06:46

 

소금 속에 빛이

 

홍해리(洪海里)
 

한 알의 소금 속에서
수 천의 빛이 터져 나오고 있다.
어둠 속에서 비로소 빛이던
소금 한 알이
밝은 속에서도 빛이다.
그늘 아래서 소금처럼 앓던
빛의 언어여.


소금이여 소금이여
심장을 밝혀다오
가장 붉고 건강한 심장을 밝혀다오
밤낮 지지리 앓던 나의 심장을
밝혀다오, 너의 심장을
밝혀다오, 오오, 밝혀다오.
내가 너에게 닿을 때까지
밝혀다오, 모든 것이 자명해지도록.


보인다 네 등에 박힌 살이
들린다 네 목에 젖은 울음이
자꾸 우리를 울리는 것은
무한대공에서 부는 천의 바람도
만의 얼굴을 짓는 바다도 아니다
하나 너의 칼날
무구한 우리의 아침을 부수는 것은.


몰아 넣어다오, 모든 어둠을
어둠이란 어둠은 모두 몰아서
소금알 속에 묻어다오,
창자 속의 젖은 손과
뼈까지도 모두 묻어다오.
다시 빛이 터져 나오도록
모든 어둠을 묻어다오.


말을 잊는 우리의 언어여
수 천년 입다문 빛의 언어여,
소금이여
살 속에서 저무는 천년을
산 채로 깊이 빠진 역사를
밝음 속에서도 빛이게
묻어다오 모든 것을,
살아 있는 나의 잠을 묻어다오.

 

- 시집『花史記』(1975, 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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