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화사기花史記』1975

<시> 산란기

洪 海 里 2005. 11. 3. 06:22

 

산란기

 

홍해리(洪海里)
 

하늘도 빨아 널어 말려서
다시 청청히 띄워 놓고
한겨울이면 무시로 내리는 눈발도
더욱 바래서
깨끗한 바람이 서성이는
벌판의 풀밭 위에나
찬란한 햇살을 데리고 노는
산기슭 건강한 나뭇가지 위에나
걸쳐 놓고 바라볼 일이지
잔별을 가리우는 달빛이나
그 빛이 드리우는 그림자나
봄이면 타오르는 아지랑이
그 노오란 서정의 불길에 타서
자신도 하늘에 둥둥 뜨는 일을
어쩔까 어쩔까 우리가 한다면.

 

- 시집『花史記』(1975, 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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