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무교동武橋洞』1976

<시> 무교동 8

洪 海 里 2005. 11. 7. 16:14

 

무교동 · 8

 

홍해리(洪海里)
 

허수아비들이 집을 짓고 있다
망치소리 요란하게 허무의 집을 짓고 있다
낮과 밤 사이
투명한 유리의 집을 짓고 있다
갇혀 있던 우주가 펼쳐지고
무의식의 변두리를 돌아
새벽이 오면
세계지도는 바뀌어져 있다
하얀 캔버스 위 찬란한 지도
텅텅 빈 가슴을 쓸어
오장육부를 내쏟아
밤새도록 날아다니며 그린 영토
밤중 지나 새벽녘 가까운 시간
퉁금이 풀리고
알코올에 젖었던 암흑이 풀리고
절망의 울음소리가 헐리고
눈이 내린다
새까맣게 새하아얀 빛깔로
창백하게 순결한 빛깔로
절반은 비어 있는 의식의 세계로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린다.

 

- 시집『武橋洞』(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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