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둠의 입술은 탄다 막강한 새벽의 나팔소리 아직 깨어나지 않은 새벽 우리들은 만리허공의 한 송이 풀꽃 부질없는 구름과 비와 바람의 꿈.
마른 번개가 번쩍이며 병동의 흰 벽을 두드리고 숱한 꽃송이들이 잠 속에서 밀려오는 서쪽의 해일로 허물어지고 있었지.
버드나무잎은 버드나무잎대로 버드나무 휘어진 어깨를 떠나 낙낙히 흩날리고 서울의 허리를 부여잡고 천의 눈썹이 하늘에 떠 있었지.
뿌옇게 젖어 있는 은하수 아래 출렁이는 허무의 바다 고래사냥에 나선 사내들이 흐린 물빛 위 빈 손으로 돌아오고 육지의 흙내음에 취한 뱃전을 치는 오색 불빛 펄럭이는 육지의 불빛만 빚났었지.
바닷길따라 뱃길을 가르며 날던 갈매기 떼 빛나던 깃털마다 돌던 기름기 방향감각을 잃은 하얀 이마 흐릿한 하늘로 밤은 끝없이 내리고 있었지.
의식의 길을 따라 이승의 끝까지 어둠이 익은 그 끝 사방에서 충만한 빛이 일어서고 아청빛 넋은 눈뜨고 깨어자기 위하여,
무작정 무너지고 쓰러지고 넘어지고 우리는 허물어져 깊은 잠의 수렁에 침몰했었느니,
그러나 아침이면 태양은 허물어진 우리를 일으키고 기다리는 법을 가르치며 이마 위에 한 알의 빛알갱이를 남겨주었느니, 여름이 오고 봄이 가고 겨울이 오고 가을이 가면 흰 눈발은 일색으로 내렸느니 평온한 내일의 봄을 꿈꾸며.
- 시집『武橋洞』(1976)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