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무교동武橋洞』1976

<시> 무교동 12

洪 海 里 2005. 11. 7. 16:40

 

무교동 ·12

 

홍해리(洪海里)
 

아스팔트와 시궁창으로 내리는
자정의 불빛
숨을 자들 다 숨어버리고
오줌 먹은 담벼락과 오물찌꺼기가
텅 빈 도시를 지킬 때
하늘에서 내려온 하얀 달빛이
부끄러움에 고갤 돌린다
지천으로 내리던 섣달의 별의 가슴
꽁꽁 얼어붙은 플라타너스 뿌리
은행나무 산발한 팔뚝에도 오지 못하는
저 별들의 손길이
우리들 가슴에도 닿지 않는다
천하게 얼어터진 뿌리의 아픔과
아무 것도 모르는
한 시대의 하녀들이 쓸쓸히,
쓸쓸히 인형극만 연출하고 있다
아무 것도 이젠 보이지 않는다.

 

- 시집『武橋洞』(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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