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무교동武橋洞』1976

<시> 무교동 13

洪 海 里 2005. 11. 7. 16:41

 

무교동 ·13

 

홍해리(洪海里)
 

불타는 혀들이 날아다니는 하늘
살 태우며 우는 모국어
하루살이처럼 울고 있는
천정의 까아만 연기 아래
까마귀 떼의 비상은 빛난다
느긋한 선회
한 바퀴 휘! 돌 때마다
문득 사라지는 지상의 끝
투명한 살의 여자들이
잃어버린 말과 귀를 주워
옥상에 펄럭이게 한다
하늘이 가까운 빌딩의 지붕 위
후줄그레한 넝마처럼
사내들은 시들고
음험한 거웃들이 천으로 일어서고 있다
거뭇거뭇한 환상들이 일그러졌다
요란한 까마귀 울음소리를
싸늘한 사기잔 위에 얹어 놓고
한잔의 눈물겨움을 위하여
아픈 심장의 외로움은 아름답다
한 움큼의 흐느낌은 뜨겁게 아름답다.

 

- 시집『武橋洞』(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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