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무교동武橋洞』1976

<시> 무교동 14

洪 海 里 2005. 11. 7. 16:42

무교동武橋洞 ·14

 

홍해리(洪海里)
 

등 굽은 사내들이
모래 위에 집을 짓고 있다
여자들이 몰려나와
물 위에 그림을 그린다
하늘에 펼쳐지는 오색의 빛깔
휘황한 물빛에
익사한 사내들의 허기.

불빛소리 하나 떨어진다
무엇이 되랴
막힘없는 수 천의 불빛도
커단 하나의 불빛에 차단되고
유아독존인 어둠이
떼로 밀리는 골목길
사내들이 흔들던 쇳소리만 남는다.

곧은 길이 굽어지고
적막의 눈이 하늘에 떠서
우리들의 빈 가슴을 두드린다
모닥불이 타오르던 가슴벽
불꽃은 땅에 떨어져 숯이 되었다
어둠의 소리들이 시원히 내갈기고 간
배설물로 우리들의 웃음소리는 바래었다.

허무의 벽은 높아지고
적대의 가시철망이 드리워져
낮은 곳을 찾아가는 자들의 진실이
분명한 진실의 끝을 잡고
흰 눈속에 묻힌다
풀과 나무와 잠들어 고요하다.

 

- 시집『武橋洞』(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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