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시> 속수무책

洪 海 里 2005. 11. 9. 09:03
속수무책
홍해리(洪海里)
 

소쩍새가 울던 밤은 짧았다
어둠속에 서서
솔숲을 바라보고 있으면
보이는 것은 소쩍새 울음 뿐
혓바닥 쩍쩍 갈라져 강물 흐르고
바늘 천 개 바람 모두어 두고
입술 다 태워 순은으로 빛났거니
온 산에 진달래꽃 흐드러지면
초록빛을 내어뿜는
새벽녘 한 사발의 냉수
그 위로 서늘한 부끄러움이 졌다
저 산속에 누가 깨어 있었는지
조금 쓸쓸해지는 서편 하늘로
밤새 눈 뜨고 있던 꿈이 지고 있었다
날이 새면
솔숲에서 뻐꾸기가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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