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소쩍새가 울던 밤은 짧았다어둠속에 서서솔숲을 바라보고 있으면보이는 것은 소쩍새 울음 뿐혓바닥 쩍쩍 갈라져 강물 흐르고바늘 천 개 바람 모두어 두고입술 다 태워 순은으로 빛났거니온 산에 진달래꽃 흐드러지면초록빛을 내어뿜는새벽녘 한 사발의 냉수그 위로 서늘한 부끄러움이 졌다저 산속에 누가 깨어 있었는지조금 쓸쓸해지는 서편 하늘로밤새 눈 뜨고 있던 꿈이 지고 있었다날이 새면솔숲에서 뻐꾸기가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