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문학평론> 고전문학의 현대적 계승과 장르적 변용 연구/신선희

洪 海 里 2005. 11. 24. 09:32

古典文學의 現代的 繼承과 장르的 變容 硏究*

申 仙 姬**장안대


1. 연구의 목적

우리 국문학 최근 연구 경향은 고전문학과 현대문학, 그리고 국어교육과 창작교육의 분야가 점차 분리될 뿐만 아니라 갈래별로 세분화되면서 해당분야 연구자들만의 고유영역으로 그 갈래의 벽을 더욱 견고히 해온 감이 없지 않다. 특히 같은 뿌리를 둔 문학이면서도 고전과 현대문학의 통시적 단절은 극복되지 못한 상태이다. 그러나 작품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즉 많은 고전작품은 끊임없이 당대의 의미로 재창조, 재생산되어 새로운 문화예술 상품으로까지 재탄생되고 있다.
고전문학과 현대문학, 문학교육과 창작 현장의 활발한 교류의 장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원류로서의 고전문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몫이라 생각한다. 그간 고전의 현대문학 및 현대예술화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고전 다시 읽기, 다시 쓰기. 새롭게 보기, 나가서는 패러디의 관점에서 고전작품과 현대작품을 비교하여 그 의미를 찾고 그를 통해 우리 문학에 내재된 원형성을 추출하거나, 특정 작가(예를 들어 최인훈, 서정주 등)나 작품집(삼국유사)을 선택하여 연구하였다.
이처럼 고전문학의 현대적 계승양상에 관한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들 연구가 단편적 대비연구에 머문 것은 고전작품이 어떻게 현대적으로 재생산되어 왔는가에 대한 실제 자료의 수집과 정리라는 기초 작업이 이루어져 있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 작업은 고전문학의 전 장르를 섭렵하고 원텍스트의 존재와 의미를 파악하고 현대문학 및 예술물로 재창조된 작품의 양상과 가치를 평가하여야 하는 과정과 횡적, 종적, 양적으로 산재되어 있는 수많은 작품들을 수집, 정리, 분석하는 단계를 거쳐야 하는 만만치 않은 일로서 그에 대한 연구환경이 조성되지 못한 것에도 연구부진의 한 이유를 돌릴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고전문학에 담긴 정서와 철학이 시대와 문화에 따라 재탄생된 것은 계승의 차원에서, 그 현대적 계승의 양상은 고전작품에 대한 수용과 변용의 시각에서 다루고자 한다. 연구 수행의 첫 번째 단계는 자료의 수집과 정리이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각 장르별, 예술 형상화별 수용 및 변용의 구조적 원리가 분석된다면, 학제간에 화석화되어 버리는 연구에 그치지 않고, 문화적 측면․교육적 측면․대중적 측면에까지 영역을 넓힌 실천적, 실용적 영역으로까지 연구의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 본 발표에서는 자료의 수집과 분류 과정, 각 작품(작품군)에 나타난 원전의 수용 및 변용 양상의 검토 일부를 제시하여 연구의 중간과정을 점검 받고자 한다.


2. 자료의 수집과 현황

고전서사와 고전시가 중 시, 시조(현대시조 포함), 소설(신소설 포함), 희곡, 동화 등의 근․현대문학으로 계승된 작품을 1차 자료로 하였고 그 외의 예술장르- 시극, 드라마, 오페라(오페라 리브레토), 뮤지컬, 영화(시나리오), 무용, 아동극, 애니메이션, 가요 가사 등은 2차 자료로 나누어 분류하였다.
1차 자료를 수집 정리하면서 기대이상의 수확과 뜻밖의 난관이 있었다. 즉, 엄청난 분량의 작품군이 수집되어 계승의 양상과 의미를 다각도에서 제시해 볼 수 있는 작품이 있는 반면, 제목만 남아 있어 자료의 실상을 대할 수 없는 난감함과 특정 문학지에 연재되다가 다시 다른 문학지로 옮겨 연재 될 때의 작품행방을 찾아내야 하는 어려움에 부딪힌 경우 등이다. 1차 자료 중 동화는 어린이 대상으로 고전을 다시쓴 작품은 전래동화로서 취급하고 그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는 동화 창작의 관행에 따라 창작 동화에서 고전을 수용․변용한 작품수는 90년대까지 많지 않았다. 그러나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에 이르러 이청준, 조현설(󰡔�손가락에 잘못 떨어진 먹물 한 방울󰡕�), 신동흔(󰡔�한겨레 이야기10󰡕�)등 현대소설 작가와 고전 연구자들에 의해 고전의 의미를 제대로 되살린 동화 작품이 재창조되고 있다.
공연 및 영상화 된 2차 자료는 현장의 자료 대신 대부분은 대본에 의존하여 수집, 정리하였다. 대본이 남아 있지 않은 자료의 수집은 공연에 관한 기록을 통해 공연 빈도수나 공연 형태의 다양성 정도를 살필 수 있었다. 2차 자료는 고전 작품의 새로운 계승 공간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예술 담당층과 향유층에게 고전이 재해석된 열린 담론의 장을 제공한다는 의의를 지닌다.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미완의 유작, 미공개 작품, 현재 연재중이거나 단행본으로 출간되지 않은 작품들 수집에 대한 긴장을 놓칠 수가 없었고, 문학이외의 타전공자들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외국어로 번역출간된 작품의 수집과 정리도 필요한 일이었다. 90년대 후 고전을 수용, 변용한 현대작품들이 영어, 불어, 독일어 등으로 번역되는 양상이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본 장에서는 수집되고 정리된 작품군 가운데 일부를 예시하여 자료의 현황 및 양상을 밝히고자 한다.

1. 처용 (처용가와 처용설화 모두가 다양한 계승과 장르적 변용을 보인 대표적 작품군이다)
2. 선화공주/서동 (서동과 선화 모두를 대상으로 하여 서정 장르로의 변용이 향가와 배경설화를 수용하여 작품화한 작품군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3. 온달전 (우부현녀담, 여인발복담의 시각에서 오늘날 TV 드라마의 주된 소재의 하나로 다루어져 그 변용의 지속성과 편폭이 깊고 크다)
4. 심청전 (주제적 변환이 작가에 의해 끊임없이 이루어진 작품으로 서사장르나 극장르로의 변용이 압도적이다)
5. 아기장수 전설/ 이여도 전설 (뜻밖의 죽음과 그에 따른 개인과 집단의 한이 공통적 서사 근간을 이루면서도 장르적 변용의 양상이 서사/서정으로 대비된다)

2-1 처용

처용가와 처용설화는 <춘향전>과 함께 150여개의 작품군중 현대적 계승과 장르적 변용이 가장 폭넓게 이루어진 작품이다. 김춘수의 <處容斷章>, 한광구의 「서울처용」(22편) 등 처용 연작시를 한 작품으로 다루어도 총 120편이 넘는 작품이 수집되었다. 그중에는 박상륭의 <처용암> 등 현대시조도 포함된다.
향가와 고려가요 중 신석초의 <처용무가(處容巫歌)>(1969)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향가 <처용가>와 처용설화를 수용하였다. 서정장르로의 변용이 많으나 방기환의 <處容의 敵>, 윤후명의 <處容나무를 향하여> 등의 소설과 구광본의 <처용을 어디서 다시볼꼬>, 강영수의 <처용무> 등의 장편소설로의 서사적 변용도 다수 보인다.
희곡의 경우에도 유치진의 <처용의 노래>, 김한역의 <處容아바>, 오태석의 <필부의 꿈> 등 연극상연과 함께 2000년대까지 꾸준하게 창작되고 있으며, 이원세의 영화 <꽃과 뱀>, 유시진의 만화 <마니> 등 문화상품화한 2차 자료로의 변용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장르적 변용에도 불구하고 서사장르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용의 축은 처용설화의 인물관계이다. 즉 처용과 그 아내, 그리고 역신이라는 3자의 인물구도를 변용시켜 새로운 갈등관계를 만들고 시대적 환경을 바꾸어 사랑과 소유라는 보편적 주제를 표출하기도 하였다. (방기환, <處容의 敵>) 더불어 인간의 내적 욕망과 관련된 이미지를 처용의 얼굴(탈)에서 차용하여 처용설화와 처용가가 지닌 환상성을 환상소설로 재창조하였다.(이인성, <강어귀에 선 하나- 처용 환상>)
서정장르에서도 시적 화자를 누구로 삼느냐에 따라 처용과 아내의 형상이 달라지고 처용의 관용과 무능, 아내의 욕망과 성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윤석산의 <처용의 가을>외 6편은 시적 대상인 처용을 시적화자의 입장에 따라 달리 노래하여 처용이라는 인물을 다각도로 재해석했다.

2-2 선화공주/ 서동

선화공주/서동은 윤석산(<善花에게>外 4편), 권천학(<서동의 일기- 서동․1>外의 2편)의 연작시를 비롯하여 문효치, 홍해리, 임보 등의 진단시 동인을 중심으로 한 테마시집의 시재의 하나로서 적극 수용되어 삼삽편 정도의 현대시로 창작되었으며, 박용구의 , 손인영의 무용 <서동요>, 이소은이 부른 대중가요인 <서동요>에 이르기까지 서정장르로의 변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작품군이다.
서정장르에서는 서동과 선화의 만남과 사랑을 서동과 선화시대에 대한 그리움으로 나타냈으며, 서동의 열정도 다양하게 표출하고 선화를 시적화자로 삼아 자신의 사랑도 능동적이었음을 고백하는 등 남녀 주인공의 애정을 주된 시재로 삼고 있다.
소설로는 현진건의 미완성 유작 <선화공주>(1941. 4~9 <춘추>지에 연재)가 있는데 선화공주를 세명의 화랑(칠부, 수품, 눌문)이 동시에 흠모함으로써 생기는 갈등과 대립을 그렸다. 특히 화랑 눌문이 월장하여 선화와 도주하려는 시도와 계획의 실패 내용은 서동설화에서 보인 낭만성 대신, 비장한 대결구도를 예상케 한다.

2-3 온달

서정, 서사, 극 장르로의 변용이 두루 나타나면서도 작품의 주제가 다양하게 표출된 작품군이다. 최인훈은 <온달>(1959)에서 앞의 꿈부분을 소설로, 뒷부분은 희곡으로 썼다가 다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9)에서는 <온달>내용 거의 그대로를 모두 희곡으로 바꾸어 쓸 정도로 설화와 소설, 희곡의 차이점을 드러내었다. 설화에서는 역사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온달의 죽음이라는 개인적 비극을 끌어낸 반면, 희곡과 소설에서는 공주의 성격에 의한 운명적인 비극을, 운명과 인연, 인과응보의 힘 앞에 무력해지는 인간의 의지 등을 보여주었다.
전상국의 <우리시대의 온달>, 김지원의 <편강공주와 바보언달>과 같은 소설에서는 현대사회에서 부딪히는 출세와 결혼, 진정한 부부애에 대한 물음을 던져 설화를 통해 우리 현실이 지니고 있는, 일상적 삶에 내포된 본질적 문제를 다루려는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최은옥의 희곡 <평강의 푸른 피리>는 온달의 죽음 뒤 공주가 자신과 온달의 인생을 독백 토로하여 인간의 보편적 존재상황과 삶을 설화의 주인공을 통해 파악한 작품이다.
윤석산의 <溫達傳> 연작시 11편, 박라연의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노천명의 <여인부> 등 20여편의 시에서는 온달과 평강의 삶과 존재론적 변모에 초점을 두어 그들의 꿈과 함께 상실과 슬픔도 다루었다.
2차 자료로는 영화 하용만의 <온달전>(북한영화), 이규웅 감독의 <바보온달과 평강공주>(1961년)가 있고 다수의 아동극으로 연출되었으며 온달 설화를 그대로 3절 가사로 옮긴 반야월 작사의 <바보온달> 가요도 수집되었다.
한편 우부현녀담과 여인 발복담에 초점을 맞추어 온달형 남자주인공과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여성주인공을 내세운 TV드라마는 신데렐라형 여주인공 드라마와 함께 197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지속적으로 인기를 누려왔다. 예를 들어 1970년대 <여로>를 비롯하여 <국희>, <덕이>, 2000년대 <명랑소녀 성공기>, <위풍당당 그녀>에 이르기까지 주로 현명한 여인의 수난과 극복을 다룬 작품은 드라마의 연대기적 특성을 하나로 자리매김 되고 있어, 온달/평강의 인물 성격과 서사적 기능은 끊임없이 계승된다고 할 수 있다.

2-4 심청전

<심청전>은 판소리계 소설이 현대적으로 계승된 작품군 가운데 서사장르와 극 장르로의 변용이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서정장르로의 변용은 적게 수집된 작품이다.
채만식의 <동화>, <병이 낫거든>, <심봉사>, 박상륭의 <심청이-「南道」基三>, 윤대녕의 <천지간>, 2002년 9月부터 현재까지 한국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황석영의 <심청, 연꽃의 길>등 단편, 장편 소설 속에서 가난과 효라는 주제 외에도 욕망과 희생, 전생과 차생, 聖과 俗, 삶과 죽음 등 삶 전체를 포괄하고 우주적 질서를 구성하는 요소를 문제삼아 작가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여규형의 <잡극 심청 왕후전>은 연극 대본으로 개작된 최초의 작품이나 한문으로 표기된 점으로 보아 레제 드라마일 가능성이 높다. 채만식의 <沈봉사>(7막 20장, 3막 6장 두 작품)과 최인훈의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오태석의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등의 희곡은 공연을 염두에 둔 작품이다(최인훈과 오태석의 작품은 연극제에서 공연되었음).
2차 자료로는 판소리, 창극, 오페라, 마당놀이, 인형극, 연극, 영화 등의 소재는 물론이고 발레로까지 다양하게 연출되고 있다. 오페라로는 윤이상 작곡에 독일작가 하랄트 쿤트의 대본의 <심청>이 대표적이고, 이 작품은 구원과 자유라는 종교적 의미로 확산된 보편적 주제를 통해 서양인에게도 호응을 받았다.
박용구 극본, 발레 <심청>(Blind man's Daughter)은 인간본연의 모성본능과 희생을 심청을 통해 구현하였다. 효심보다 강한 모성본능과 그에서 피어나는 희생의 아름다움을 육체언어로 형상화했다.
서정장르로의 변용은 고은, 조예린, 이건청, 허형만 등의 몇 작품에서 보일 정도로 수집되고 있어 <심청전>이 지닌 장르 변용의 특성은 따로 살펴보아야 할 과제로 삼고 있다.

2-5 아기장수 설화/이어도 전설

<아기장수설화>와 <이어도 전설>은 소망이 좌절되는 아픔과 죽음이 서사의 중심 화소로 추출되는 공통점을 지닌 전설로, 전자는 전국분포를 보이고 후자는 제주도를 중심으로 집중분포를 보인다.
그런데 <아기장수설화>는 최두석의 시 <옥녀봉>, 최인훈의 희곡 <옛날옛적 훠이훠이>, 김정숙의 희곡 <들풀>을 제외하고는 전상국의 <우리들의 날개>, 현길언의 <용마의 꿈>, 김종성의 <꿈틀거리는 산>, 한승원의 <廢村> 외 여러 편의 단편소설과 조세희의 <하얀저고리>등의 장편소설의 제재나 주제로 수용되었다. 단편에서는 개인의 삶과 운명에, 장편에서는 역사와 민중의식에 초점을 맞추어 아기장수설화를 수용하고 있다.
반면 <이어도 전설>은 이청준의 <이어도>, 고시홍의 <표류하는 이여도>등의 소설이 있으나 서정장르로의 변용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김순이의 <이여도1>, <이여도2>, 고응삼 <이어도사나>, 김용길의 <비바리 別曲>등 20여편의 시가 수집되었다. 특히 제주시인들의 작품에서는 이여도 설화가 지닌 정서를 재구성하여 민요시를 창작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며, 기존의 해녀노래에 담긴 제주여인의 한까지 아울러 표출한 작품이 많다.


3. 장르적 변용의 양상

지금까지의 자료수집과 정리를 토대로 거칠게나마 장르적 변용의 양상의 일단을 살펴보고자 한다. 물론 '수용과 변용'의 지향성에 관해서는 자료의 정리와 검토가 마무리된 후 2차 작업으로 치밀하게 논의되어야 할 일이다. 2장에서도 살폈듯이 원전의 장르적 변용양상은 2차 자료까지 포괄하여야 그 다양성의 폭과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원전에 대한 장르상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여 분석의 틀을 제시하는 양식적 측면에서의 준거는 다음과 같이 마련하였다.
① 동일한 장르간의 수용 및 변용
② 서로 다른 장르로의 수용 및 변용
③ 한 작품이 여러 장르로의 수용 및 변용
④ 문학 외의 예술 분야로의 수용 및 변용
연구의 효율성 차원에서 1차 자료(문학작품)를 통해 서정, 서사, 극 장르로의 지속과 변용 양상을 먼저 살펴 보고자 한다. 고전 희곡 작품이 거의 없는 실정이고 보니 장르 지속은 서정과 서사 장르를 중심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양식적 측면의 준거를 통해 추출해 볼 수 있는 장르적 변용의 양상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장르 변용의 편폭이 크고 다양한 작품군이 있는 반면, 장르의 변용의 편폭은 적으나 작가의 시각에 의해 다층의 의미를 생산해 낸 작품군이 있다. 같은 판소리계 소설이라 하더라도 전자의 경우는 <춘향전>, 후자의 경우로는 <심청전>이 해당한다.
<춘향전>은 영화, 뮤지컬은 물론이고 김주영의 소설 <外說 춘향전>이 각색 연출(김혁수)되어 연극으로 공연되는 등 2차 자료로의 변용도 <심청전>에 비해 풍성하다. 그러나 <춘향전>은 주제적 변환의 범주가 사랑이라는 테마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반면, <심청전>은 서사적 변용이나 극적 변용을 한 각 작품마다 주제화를 달리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그 주제적 변환의 폭이 넓다.
장보고와 같은 역사인물담은 서정장르로의 변용은 보이지 않고 서사장르로의 확대, 특히 장편소설로 재창조가 두드러졌다. 최인호의 <海神>을 비롯하여 조영도의 <巨商 장보고>, 박광서의 <소설 장보고>, 송지영의 <소설 장보고> 등은 장보고의 전 생애를 다룬 장편소설이다.
이러한 변용 양상이 지니는 의미를 찾아내는 일은(왜 그러한 양상이 나타나는가에 대한 질문) 원전이 가진 의미 생산의 실체를 규명하는 일이다. 수용, 변용은 원전을 소통 상황에 적절하게 변화시키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 원전의 가치만이 아니라 창조적 변용을 꾀한 작가 의식 또한 다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둘째, 고전을 원 텍스트로 삼아 재창조를 한 작품을 다시 텍스트로 삼아 장르변용을 한 경우로 양식적 측면의 준거 ③, ④에 해당한다. 이광수의 <一說 춘향전>(1925년 동아일보 현상 당선작, 1929 단행본 출간)은 유치진의 희곡 <춘향전>(1936년작)으로 장르변용이 된 작품이다. 유치진의 희곡은 <一說 춘향전>의 7회장을 그대로 4막 7장으로 수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내용과 장면, 주제까지도 그대로 가져와 2차 장르변용에서 실패한 작품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박용구의 뮤지컬 <영원한 사랑 춘향이>(2001년 공연)은 7마당의 구성으로 기본줄거리는 유사하나 비속성을 제거하면서도 흥미소는 그대로 살린 대사를 통해 영원한 사랑의 화합을 성공적으로 그려냈다.
또, 이하륜의 희곡 <옴>에서의 독특한 장면과 등장인물은 많은 부분 이광수의 소설 <원효대사>에서 차용되었으나 聖/俗 의 대립과 화해라는 <원효대사>의 심오한 주제는 축소되었다. 소설에서 다룬 심오한 주제를 축소했으나, 연극적 수법으로 새로운 인물과 장면을 부각하여 공연의 참신성을 확보할 수 있었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그에 따라 작가의 역량과 장르가 가진 특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취택하여 서사화 한 경우, 사실기록을 적극 수용한 작품과 이와는 달리 야담과 민간 전설을 수용한 작품으로 나누어진다. 이들 작품군은 역사와 허구의 교직 양상을 살펴볼 수 있는 대상이며 허구화의 지향성은 작가의식과 연결되는 부분이라 여겨진다.
예를 들어 김동리는 󰡔�歷史小說- 新羅編󰡕�에서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열전에 실린 인물의 삶과 죽음, 의지와 이상을 16편의(耆婆郞, 崔致遠, 金陽 등) 단편 소설로 그리고 있는데, 대부분 사실기록에 바탕을 둔 서사내용을 액자형식에 담아 액자 외부에는 현재의 시공에서 가공의 인물(화자와 청자)을 등장시켰다. 액자내부에 실린 역사와 설화가 담고 있는 신이성은 인과성을 갖추게 하고, 모호하게 생략된 부분에는 작가의 추리력이 만든 역사적 사실을 부연하고 인물관계 또한 갈등의 필연성을 설정하여 작가의 역사의식과 소설가로서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였다.
또 김동인은 자신이 창간한 월간지 「야담」(1935~1944, 현재 자료는 1942년까지 남아있음)을 통해 역사와 전설의 인물을 대상으로 삼아 수십편의 단편소설을 썼다. 예를 들어 낙랑공주는 「최리의 딸」(1936. 10)로, 사도세자는 「왕자의 최후」(1935. 12)로 역사와 야사를 교직하여 인물의 생동감과 이야기의 흥미성을 적극 살려냈다.
반면 황진이, 논개, 김유신을 서사화한 작품들은 사실 기록보다는 야담과 민간전설을 서사의 주축으로 삼는 경향을 보였다. 황순원의 <차라리 내 목을>은 김유신의 기록 (삼국사기<열전>)이 아닌 천관녀 전설을 토대로 하였고 정한숙의 소설 <논개>, 박종화의 <논개와 계월향>도 임진왜란에 얽힌 여러 인물에 관련된 일화와 함께 논개에 관한 장수지역의 민간전설을 적극 수용하였다.
넷째, 작가와 관련된 양상중의 하나로 고전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표현한 일정 작가군의 존재와 그 성향이다. 이광수, 김동인, 김동리, 최인훈, 박상륭 외에도 진단시동인들의 고전에 대한 꾸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김용만, 박용구 등의 오페라와 시극 작가들이 고전작품을 창작 오페라와 뮤지컬의 중심 제재로 삼고 있으며, 강은교, 황동규, 허영만, 이청준, 최인호 등의 중견 작가가 고전을 새롭게 쓰는 작업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청준의 경우 판소리 동화 기획물까지 만들고 다시 외국어로 번역출간 하는 등 기존에서 보였던 작품세계의 경향과는 다른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섯째, 고전작품에 대한 연구자의 태도와 창작과 태도가 많은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것은 고전에 대한 해석과 독법의 시각에 관련된 부분이다.
고전문학 연구자들은 역사 사회적 맥락과 깊은 연관성 위에서 작품의 의미를 추출해 낸 반면, 창작자들은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정서 표출에 초점을 둔 다시쓰기 작업을 통해 탈역사성, 탈사회성의 성향을 보인다. 한 예로 춘향을 시적 대상으로 한 수십편의 현대시에서 사회적, 시대적 의미를 표출한 작품은 몇 작품(장순금의 <춘향>, 정의홀의 <춘향이가 이도령에게>등)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작품은 춘향의 정절과 사랑을 기리고 찬미하거나 춘향이 지녔을 애달픔과 그리움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서정주의 <春香 - 獄中歌 - 李夢龍氏에게>외 6편, 송수권의 <南原韻文>, 권천학의 <춘향 1,2,3>, 박제삼의 <춘향이 마음> 연작 10편은 춘향의 심리 상태를 객관화하고 원전이 지니고 있는 춘향의 수절과 항거, 그리움과 사랑의 위대함을 승화하여 표현하고 있다.

4. 해결해야 할 과제들

첫째는 자료의 수집과 정리의 한계와 그 범위를 정하는 일이다. 고전작품의 제목만을 차용했거나, 화소의 극히 일부분을 수용한 경우도 수집의 대상에 포함시켰으나, 고전과 현대작품의 유기적 관련성 정도에 따른 작품의 서열화 또한 이와 관련되어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수집에 이은 수용양상에 대한 유형별 분류 작업은 일단은 단순수용/확대수용으로 나누고 소재적 측면/주제적 측면 등으로 나누어 살피고, 타예술장르로 재창조된 양상은 변개의 정도에 따라 분류하여 작품, 작가, 장르별 변용에 대한 통계적 기초작업을 추진하고자 한다.
둘째는 작품군의 분류 문제인데, 현대작품뿐만 아니라 고전 역시 다각도의 작품 해석이 가능하고 그에 따라 중복 분류가 불가피하다. 도미설화의 경우 ‘정조 지키기’ 또는 ‘남의 아내 뺏기’로 화소와 주제 분류가 가능하다. 최서해의 「홍염」은 아내뺏기 화소로서 도미설화의 현대적 계승작품군에 포함된다. 마찬가지로 정한숙의 「海娘祠의 慶事」는 해랑당 전설 중 다산기원의 풍어제와 아랑형 원혼설화의 의미를 복합 차용한 작품이다.
이와 더불어 장편소설의 경우 고전의 여러 인물과 화소가 수용되고 있어 이 또한 중복분류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송기숙의 「녹두장군」(전 12권), 박상륭의 「칠조어론」, 안문길의 「소설공무도하가」, 정한숙의 「논개」등에는 표제화된 인물과 서사내용 이외에도, 아기장수설화, 바리데기, 변강쇠, 풍요, 처용, 이순신, 신립 등의 여러 고전작품의 인물과 이야기 단락이 수용되어 있다.
분류에 따른 다른 하나의 문제는 작가와 작품이 모두 현대작품의 제재, 주제로 취택된 경우이다. 김시습/ 금오신화, 월명/ 제망매가/ 도솔가, 허균/ 홍길동전 등은 일곱가지 작품군으로 분류가 되나, 상호간의 연계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이문구의 소설<금오신화>는 김시습의 생애를 근간으로 하여 그의 매월당 전집에 실린 시를 가져와 서사의 줄기를 살리고 있고 박용재의 시 <허균1. 물> 外 4편의 연작시는 홍길동전의 작가 허균을 배제하고는 읽힐 수 없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한 경우로 두 인물에 얽힌 작품을 분리하거나 하나로 묶어야 할지를 판단하는 일이다. 사복불언은 원효의 작품군에 포함시켜야 하고, 지귀설화와 선덕여왕의 지혜는 함께 다룰 수 있는 작품군이면서도 火神을 주제화 하였을 경우(예를 들어 유재용의 <화신제>)는 작품군을 나누어야 하는 분류상의 문제가 생긴다.
셋째는 작품의 문학성 수위를 판단해내는 문제이다. 이는 작품이 지닌 문학성의 편차를 고려하지 않고 수집정리를 하는 과정에서도 작품의 내용과 의미를 분석하는 작업은 자연스럽게 병행되기 때문에 부딪히는 문제로 연구자의 객관적 시각을 요하는 부분이다. 이 문제는 변용 양상의 양식적 준거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구체화된 미시적 방법에 의해 작품군의 분석틀을 마련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인물, 사건, 배경의 소재적 측면과 서사 구성 및 전개 방식의 측면, 그리고 담론적 측면의 특성을 추출한 뒤 작품별 비교를 통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밝혀내는 작업을 작품 독해와 함께 병행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薯童謠

 

洪 海 里

 

 1
천의 아이들 입마다
불을 밝혀서

서라벌 고샅마다
밤을 밝히던

사랑 앞엔
국경도 총칼도 없어

오로지 타오르는
불꽃 있을 뿐

사랑도 그적이면
꽃이였어라.

2
사랑 앞에선
황금도 돌무더기
신라 천년
사랑 천년
그 언저리
노랫소리
들려요 들려요
그대 옆구리 간질이던
바람
아직도 가슴에 타고
서라벌 나무 이파리 
하나 
흔들리고 잇어요
고샅마다
아롱아롱 일어나는 
아지랑이
몽롱한 꿈자리
보여요 보여요.

3
6월이 오면
밤꽃이 흐드러지게 피지만
시멘트 철근의 숲은
오염에 젖어 있고
흐린 하늘 아래
아래만 살아남은 뜨거운 사랑
순간접착제
뻥튀긴 강정
불꽃만 요란하고
식은 잿더미가 골목마다 쌓인다
별이 뜨지 않는
매연의 거리
이제 사랑도 별볼일없어
찍어 바르고
문지르고 두드려
저마다 몇 개의 탈을 쓰고
거리마다 서성댄다
소리의 집만 무성한 잡초 덤불
깨어진 거울조각이
시대의 흙 속에 묻힌다.

(1987)

 

 

 

善花公主 / 洪海里

 

 

 

 

종일 피릴 불어도
노래 한 가락 살아나지 않는다.

천년 피먹은 가락
그리 쉽게야 울리야만
구름장만 날리는
해안선의 파돗소리.

물거품 말아 올려 구름 띄우고
바닷가운데 흔들리는 소금 한 말
가슴으로 속가슴으로
모가지를 매어달리는 빛살
천년 서라벌의 나뭇이파리.

달빛을 흔들어 놓고
조상네 강물을 울어
손가락 입술까지 적신다만
금빛 가락 은빛 가락은
눈물 뿌리던 사랑.

먼지 쌓이는 한낮에 놀다 가는
그림자뿐.

 

 (『投網圖』1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