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은자의 북』1992

<시> 겨울 POETOPIA

洪 海 里 2005. 11. 25. 15:47
겨울 POETOPIA
홍해리(洪海里)
 

우이동 골짜기 바람맛을 보면
어둡고 깊은 겨울도
아름답고 달고 따스하다
격정의 바다를 지난 하늘에는
'It's enough to live!'
눈을 쓰고 있는 빛나는 인수봉
평온의 잠을 깁고 있는 천공으로
산빛을 깨쳐 우뚝 선
한겨울의 오르가즘
눈꽃 피워 올린 백운대 자락
외로우면 구름 자락 하나 걸치고
무심한 세월의 바람소리로
소리치지 않고
다 비우고 서서 아득한 북한산
뒷모습도 남김없이 넘어가는 깔딱고개
미운 사람도
그리운 사람도 목을 꺾는다
다시 한번 올려다 보는 저 고고, 저 절정
허공에서 꽃이 피고 있다
축복처럼 결고운 파도가 일고
일렁일렁 목숨의 향연이 피고 있다
벗고서도 다 입고 서 있는 나무들 사이
달빛 타고 들려오는 말씀의 넉넉함
이곳은
당신의 자궁 같은 겨울 우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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