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은자의 북』1992

<시> 폭풍주의보

洪 海 里 2005. 11. 25. 15:48
폭풍주의보
홍해리(洪海里)
 

바다에는 사방팔방으로 길이 있는데
내 돌아갈 길은 보이지 않았다
뉴스는 계속 발효중인
폭풍주의보를 반복하다 나흘이 가고
관매도 작은 섬이 바다에 묻혔다
발이 있어도 나가지 못하는 섬
작은 주막에 앉아 
홍주를 마시는 바람부는 날 오후
꽃게의 다리를 꺾으며 꺾으며
지초 뿌릴 넣고 달이고 달인 술
그 빠알간 혓바닥을 빨고 있었다
투명한 됫병 속에 꽃으로 피어 있다가
나도 한 송이 꽃으로 피어 주었다
불꽃보다 더 뜨거운 꽃이 되어
파도치는 부두에 나가
묶인 채 떨고 있는 빈 배를 보았다
세월에 흔들리고 있는 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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