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은자의 북』1992

<시> 춘향가

洪 海 里 2005. 11. 25. 15:49
춘향가
홍해리(洪海里)
 

1.이도령의 꿈

그대는
흐르는 버들숲가
꾀꼬리 소리
금빛 비상이더니

사이사이 날으는
제비 떼
삼단 머릿결
향기로운 흐름이더니

하늘가 하늘하늘
나부끼는 옷고름이더니

이마에 목련꽃 하얗게 벌고
가슴벼랑 진달래 따사로이 피는
이 봄날

그대는 안개꽃 고운 숨결 아기이고녀.

2.춘향의 말

낭군님하 둥실둥실 하얀구름 오색구름
소슬바람 건들바람 이슬비로 소나기로
살고지고 살고지고 이승저승 살고지고
칡넝쿨랑 엉크러진 사랑굴레 세상천지
살리살리 살어리야 천년만년 살어리야
쟁쟁쟁쟁 빛을내는 달빛무늬 신기루야
하늘겹겹 어둠밝혀 천리만리 출렁출렁
어화둥둥 내사랑아 하늘나비 따에꽃잎
서방님하 동방님하 아으동동 하늘나라
하늘땅땅 먹장구름 주룩주룩 장대비야
바람바람 일진광풍 번쩍번쩍 우릉꽝꽝
넘실넘실 강물줄기 파도이랑 둥실둥실
칠흑같은 구멍뚫어 넘쳐나는 물바다야
일엽편주 둥실떠서 만경창파 노니나니
풀꽃가슴 폭포수라 불을사뤄 물로끄고
불의나라 물의나라 어화둥둥 내사랑아.

3.가을이 가고

푸른 하늘 높이 나는
그대와 나
이제
돌아갈 길
머리에 두고
파도 위 회오리바람 타네
구만 리 날아올라
천지가 숨가쁠 때
검은 날개 바래도록
날아볼까나
날아볼까나.

4.겨울이 오네

꽃이 지고 달이 기울면
하늘이 무너지누나
땅이 꺼지누나
꽃이란 꽃 속마다 그대 스며들어
날 기다리는 숨결 듣노니
이제 갇혀 있는 우리 사랑을
풀고 풀어야 하리
하늘에 땅에
섬에 바다에까지
그대여 우리가 가는 길이 어디리요
하늘이 무너지누나
하늘이 땅
땅이 하늘이련만
그대여 우리가 가는 길이 어디리요.


- 시집 『은자의 북』(작가정신,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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