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난초밭 일궈 놓고』1994

<시> 기러기 하늘에 달이 오르고

洪 海 里 2005. 11. 28. 06:56

 

 

기러기 하늘에 달이 오르고

홍해리(洪海里)
 

바람결마다 구름이 물드는
가을도 가고

말도 못하고 겨울을 맞아
맨살로 터지네

눈만 내놓고 우는
앙상한 밤에

팽팽한 빗소리
속절없이 젖는데

무엇으로 

마른 영혼을 가리우랴

지상의 저 끝 어디쯤
누가 등 하나 닦고 있는지

기러기 하늘에 

달이 오르고

가슴마다 환한 불
따뜻이 켜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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