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은자의 북』1992

<시> 산상시회

洪 海 里 2005. 11. 29. 04:39
山上詩會
홍해리(洪海里)
 

가을엔 온 세상이 단물이 드는구나
비 개이고 구름 걷히면
나무들은 현악기가 되어 울고
골짜기는 피리소리로 흐르는구나
꽃들은 절로 붉어 산을 채우니
술병 차고 산에 올라
머리칼을 날리며 잔을 비우면
이마에 깊이 흐르는 강물소리
빈 술병에 가득 차는 바람소리
새들도 잔을 들어
흐르는 구름장과 건배를 하는구나
취한 나무들이 생각에 젖는 저녁
달빛에선 둥둥둥 북소리 피어나고
산도 취해 어딘가로 날아가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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