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난초밭 일궈 놓고』1994

<시> 북한산

洪 海 里 2005. 11. 29. 04:54
북한산
- 가을나라
홍해리(洪海里)
 

저것들도 바야흐로 대선정국이구나
옻나무 화살나무 단풍나무 은행나무
피나무 느릅나무 고로쇠 상수리
마침내 북한산 나라 안이 온통 난리구나
다람쥐 토끼들도 놀라서 눈이 동그랗고
뻐꾸기 꾀꼬리 다 돌아간 자리
산비둘기 동고비 입만 딱 벌렸구나
옻나무는 변치 않는다 빨갛게 소리치고
화살나무는 소리없이 화살만 날리고
은행나무는 금빛 손바닥을 번쩍이고
느티나무도 무섭게 공약을 쏟아 붓고 있구나
기온은 점점 떨어져 곤두박질치고
하릴없이 풀잎들만 소름이 돋는구나
낙엽 쌓이는 산길 외로운 골짜기까지
바야흐로 대선정국이구나 민주주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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