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문학평론> 60年代의 詩 / 이영걸

洪 海 里 2005. 11. 29. 13:26
60年代의 詩- 洪海里論/李永傑
---洪海里論
 

            60年代의 詩

                                                     李永傑(시인. 한국외대 영어과 교수)

   Ⅰ.60년대 시의 개관
   금년 (1979년)에 발표된 60년대 시인들의 작품을 개관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60년대 시인이란 이 기간에 등단한 시인을 지칭하는 통념이요 편의상의 구분이다. 한 해 동안의 시단활동을 돌이켜 보는 일에 50, 60, 70 년대로 나누어 고찰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도식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시단인구가 팽창한 현 상황을 고려하여 이렇게 나누어 살펴보는 것도 편의로운 방편이겠고, 대체로 같은 세대에 속한다고 볼 때 관심의 공통성이나 특성이 드러날 수도 있을 것이다. 
   시단의 노력과 성과는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에야 그 윤곽이 뚜렷이 드러나게 마련이지만, 한 해의 총평은 미흡한 대로 대체적 경향과 성과를 점검하고 넘어가는 뜻 있는 작업이다. 한 시인의 노력과 성과는 물론 한 해를 기준으로 말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그 해에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시인도 있고 작품발표를 하지 않은 시인도 있다. 월평이나 연평은 그러기에 한정된 시야와 현상을 다룰 수밖에 없다. 한 달에 발표되는 작품만으로도 방대한 양이며 다 읽기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월평은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작품을 섭렵하고 어떤 문제나 경향에 조명을 하는 작업이다. 거론할 만한 화제, 인상적인 작품을 중심으로 우리 시의 관심과 방향과 문제점을 수시로 검토하는 것이다.
   한 해의 총평은 훨씬 어려운 작업이다. 많은 시인의 작품을 꽤 친숙히 알아야 한다. 이상적으로는 상당한 기간 동안의 작품을 섭렵했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가능한 많은 작품을 읽고 두드러진  경향과 성과와 문제점들을 정리하려 한다. 한 시인의 성과는 시집을 단위로 적절히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딴 시인들과 우리 현대시의 업적에 비교해야 한다. 60년대 시인들을 살핌으로써 드러나는 공통점과 차이점은 우리 시단 전체의 방향이나 문제점을 암시하리라 믿는다. 발상, 시어, 비유, 형식의 문제는 년대의 문제가 아니라 시의 본질에 속하기 때문이다.
   우리 시의 형식은 정형시, 자유시, 산문시로 나누어지며 이것을 중심으로 다양한 실험을 꾀한다. 정형시에도 융통성 있는 변화를 도입하고 자유시와 산문시에도 적당히 정형적 요소를 활용한다.
   우리 시의 정형적 요소는 일정한 시행에 의한 연 구분과 일정한 자수에 의한 규칙적 리듬이다. 姜禹植씨는 4행시의 정형을 집요히 고수하고 있다. 4행시는 시인들이 수시로 채택하는 형식이지만 姜禹植씨처럼 지속적으로 쓰는 이는 드물다. 이 형식은 신속한 기승전결을 꾀하는 압축된 구조이며 한시의 절구에 상응한다. 의미의 압축과 형식적 균제는 4행시의 특성이다. 자유시는 정형의 구속을 피하고 소재의 자유로운 처리를 위한 형식이며 두드러진 율격 대신 감정의 기복을 미묘히 드러내는 유기적 리듬을 꾀한다. 영미의 자유시가 전통적 요소를 적당히 도입하는 것처럼 우리의 자유시도 곳곳에 규칙적인 리듬을 활용한다. 산문시는 설화나 끈질긴 사유를 담는 데 편리한 형식이다. 여러 시인들이 오랫동안 이 형식에 의지해 왔으나 근년에 더욱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朴堤千씨는 삶의 성찰과 예지를 즐겨 산문시에 담고 있으며 吳圭原씨는 역설과 奇想을 특징으로 하는 사고를 같은 형식에 담는다.
60년대 시인들은 소재 면에서 바라볼 때 다양성과 함께 몇 개의 경향이 드러난다. 시대, 농촌, 자연, 인생, 역사 등으로 나누어지는 시의 소재는 물론 상대적인 분류법이다. 두드러진 경향에 유의하는 것일 뿐 한 편의 시에 여러 관심이 결합돼 나타날 수도 있다. 시대에 관심을 기울이는 시인은 우리 시단의 괄목할 경향을 이룰 만큼 많은 수효이다. 李盛夫, 趙泰一, 洪申善, 金鍾海 시인들의 작품을 통해 공통점과 다양성을 살펴보려 한다. 洪海里씨는 「武橋洞」연작을 통해 서울의 풍속도를 제시하였고, 金晳圭씨는 꾸준히 농촌의 삶과 풍물을 다루고 있다. 李昇薰씨는 눈을 안으로 돌려 내성적 경향의 시를 쓰고 있고 林星淑, 金汝貞 시인은 삶과 자연의 명상을 통한 깨달음과 예지를 노래하고 있다. 李炭씨는 자서전적인 경향을 뚜렷이 보이고, 梁彩英씨는 사상을 기본으로 상상을 펼친다. 이것이 올해에 씌어진 60년대 시의 대체적 윤곽이다.

   Ⅱ.洪海里의 詩
   洪海里씨는 「詩文學」1월호에 근년에 써 온 「武橋洞」연작을 끝냈다. 모두 열다섯 부로 나누어진 이 연작시는 대체로 4원소의 상징을 통해 환상적 구성과 문명비판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지와 낱말과 상황을 여러 부분에 산개시킴으로써 의미의 맥락과 전개를 보여준다.
도회인의 소외감과 공허한 풍속과 영적 교류의 부재를 다루는 이 시는 이미지의 환상적 처리와 의식의 흐름을 통해 현실의 단면을 중첩시킨다.

  혼자 걸어도 하나
  둘이 달려도 하나
  밀려가며 뒤를 보면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한길에 이는 먼지와
  누런 구름장의 교접으로
  천의 방언을 지껄이며 내리는 빗소리
  비어 있는 귀로 달려가는
  병든 말의 갈기가
  진달래 피는 여자들의 입술에 타고
  굳을 대로 굳어 싸늘한 혓바닥으로
  밀리는 사람들의 허전한 물결
  불타는 도시의 사지마다
  흐물거리는 그림자와
  둥둥 떠밀려 사라지는 철이른 나뭇잎
  향방없는 폭풍우에 정처를 잃고
  젖빛 유리창에 와 소리치는
  금속성 발자국들의 해일
  부산한 밀림의 안타까움을
  가슴마다 가득히안고
  가장 외진 곳에서 만나는 우리의 섹스
  마른 꽃대궁에 걸려 펄럭이고 있는
  젖은 깃발의 찢긴 꽃이파리
  하늘 가득 나부끼고 있다.

                ---「武橋洞 11」의 전문

   연작시는 소재의 다각적 처리에 필요한 형식으로 많은 시인들이 이 방면의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洪海里씨는 「武橋洞」에서 언어의 암시성과 진술의 직절성을 조화시키려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상황과 인물의 객관적 관찰과 사실적 소묘보다는 이미지의 처리와 연상에 의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부분들을 입체적으로 구성하여 다양성 속의 통일성을 이루는 것이 장시의 이상이다. 「武橋洞」은 세부의 운용과 언어의 절제에 있어 아쉬움을 남기지만 소재를 다각적으로 처리하는 한 방법을 제시하였다.

   Ⅲ.끝내며
   형식과 소재에 근거하여 60년대 시인들의 공통점과 다양성을 개관하였다. 여러 작품을 분석하며 문제점들을 지적하였지만 시를 향수하는 일은 시인·작품·독자·인생의 상관성에 귀결된다. 의도와 방법은 불가분리한 것이어서 한 시인에게서 얻는 것을 딴 시인에게 요구할 수 없다. 그러나 사상과 비유의 긴밀성, 세부에 대한 용의주도한 배려, 실험적 야심과 철저한 제작의식의 조화, 형식에 내재하는 미점을 개발하는 다양한 노력, 언어의 절제 등이 제기된 문제점이다. 동시에, 여러 시인들이 보여준 전통의식과 시의 요소의 다채로운 결합과 전개를 위한 노력은 이들에 국한되지 않는 우리 시의 전반적 관심이리라.

                                           『영미시와 한국시』(문학예술사. 1981)